[W기획_여성친화기업 (25)한국오라클] “결혼에서 임신·출산·육아…생애주기별 무게중심 달리해야”

입력 2017-11-09 11:11수정 2017-11-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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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오라클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 소속 고객성공 부문 전무 인터뷰

▲이경희 오라클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 소속 고객 성공(Customer Success) 부문 전무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전무는 정보기술(IT)업계 1세대 여성임원으로 30여 년간 IT고객서비스와 고객관리, 세일즈 컨설턴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조직 내에선 IT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
“여성에게 일과 가정은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과 같습니다. 단기간의 결과를 보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속도와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마지막 도착점까지 가야 하는 일이죠. 그래서 시기별로 무게중심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베스트는 없습니다. 차선을 통해 최선으로 가는 것이죠.”

이경희 오라클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 소속 고객성공(Customer Success) 부문 전무는 여성이 생애 주기별로 겪게 되는 결혼과 임신·출산·육아 등 삶의 과정에서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고 계속 근로하려면 시기에 따라 무게중심을 잘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포기하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그에 따른 급여 감소나 승진이 늦어지는 등 트레이드오프(trade off)를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데 항상 시간을 투자하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정보기술(IT)업계 1세대 여성 임원이다. 1988년 진성시스템을 시작으로 가인시스템, 프로에스 코리아 등을 거쳐 1993년에 오라클에 입사, 40세에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또 30여 년간 IT 고객서비스와 고객관리, 세일즈 컨설턴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조직 내에선 IT 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오라클 아태 지역본부 소속으로 고객성공 부문 전무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유난히 여성이 적은 환경에서 일해 왔어요. 늘 서바이벌이었죠. 차별이나 불이익이 심한 경우도 있었고, 감당하기 힘들어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그만둔 적도 있었죠. 척박한 환경을 견뎌내기 위해선 결국 내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늘 스스로 제 3자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길고 크게 보려고 노력했죠. 내가 가진 강점은 계속 유지하고 여성이 가진 부족함은 남성들에게 배우고 익히고자 했습니다.”

이 전무는 자신이 경력단절의 유혹을 견뎌내고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촌철살인 같은 조언과 따뜻한 응원을 해준 멘토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제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멘토를 자처하며 성장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한국오라클은 2012년 사내여성위원회 기능을 하는 ‘아울(OWL, Oracle Woman Leadership)’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이 전무는 아울을 이끄는 리더로 3년째 활동 중이다.

“여성 인력이 적은 업계에서 일을 해오다 보니 여성 선배도 거의 전무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후배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었어요. 여성들이 리더로서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사내 여성위원회를 통해 고민을 나누고 공감하면서 여성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이 전무는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직업을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현실을 지적하며 자존감을 높이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개척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상사나 외국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오히려 나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고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될 때가 있어요. ‘여자니까’라고 생각하며 한계를 짓고 포기하는 것이죠. 사회 인식 변화의 속도가 다소 늦지만 여성 스스로 냉정해지고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죠. 저는 아직도 성장에 대한 욕구와 기대가 많이 있어요. 남녀를 불문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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