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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수의사 출신 이형찬 변호사 “개물림 사건은 반려동물 사회화 소홀했던 주인 잘못 커”
입력 2017-11-03 13:53   수정 2017-11-06 15:02
동물을 물건으로 본 민법 98조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동물 복지, 인간 건강권과 직결

▲수의사 출신 이형찬 변호사. 이 변호사는 지난 3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 98조를 개정해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는 법적 근거를 둬야 한다. 그래야 동물의 습성을 존중하는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원 호랑이가 우리에 들어온 사람을 물어 죽였다고 해서 그 책임을 호랑이에게 물을 수 있을까요? 사실 동물은 크게 잘못한 게 없거든요. 자신의 본성을 유지하면서 습성(習性)대로 행동했을 뿐이니까요.”

수의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이형찬 변호사(35·변호사시험 3회)는 최근 발생한 ‘개물림’ 사건에 대해 동물의 습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개물림 사건들의 경우 주인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요. 사람도 한 살부터 스물 살 이전까지 사회화(社會化)하잖아요. 청소년도 잘못하면 부모 책임이고, 부모가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고 얘기하잖아요. 동물도 똑같아요. 동물도 요즘 사회화를 해야 해요. 그 교육을 소유자가 시키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하지 못한 견주의 잘못이지 않을까요”라며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개물림 사건은 10월 가수 최시원 씨의 반려견 프렌치불독이 목줄도 채워지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오르다 이웃 주민을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다.

그는 개물림 사고 이후 그 대책의 일환으로 정치권에서 강조하는 견주책임 강화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저도 수의사이지만, 큰 동물은 무서워요”라며 속내를 밝혔다. “사회화라는 말엔 두 가지가 있어요. ‘동물끼리의 사회화’, ‘동물과 사람 간의 사회화’가 그것이죠. 요즘 강아지 키우려는 사람들은 정말 제대로 키워요. 키우는 과정에서 훈련소도 보내고, 예절도 가르치거든요. 견주,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 동의해요.”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동물에게도 법적인 지위를 갖게 하는 법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민법 98조를 보면 알 수 있다. 민법 98조는 동물을 물건으로 해석한다. 이 변호사는 “민법 98조에서 물건을 규정할 때 ‘생명이 있는 동물’과 ‘그 밖에 다른 물건’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동물을 생명으로 규정하는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동물을 생명으로 보는 법적인 근거를 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변호사는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동물복지는 동물이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며 습성대로 살게 하는 것으로, 동물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선 동물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근거가 생기면 반려동물의 복지뿐 아니라 축산업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산업동물, 야생동물의 복지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대개 동물을 떠올릴 때 반려동물만 생각하기 쉬운데, 산업동물과 야생동물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법 98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반려동물만 (대상으로) 한 것이에요. 현재까지 반려동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산업동물이에요. 산업동물은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식품이잖아요. 산업동물의 복지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하죠. 다만 속도조절을 통한 점진적인 복지실현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변호사는 산업동물의 복지가 실현되지 못할 경우 사람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이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가질 수 있도록, 동물 본성을 유지해주는 게 동물복지인데, 이렇게 길러진 동물들이 건강할 순 없어요”라며 “메르스는 중동의 낙타, 사스는 사향고양이, 에이즈는 원숭이가 원인 동물이라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사람의 건강은 동물과 같이 가는 거예요.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동물도 건강해야죠”라고 강조한다.

8월 불거진 ‘살충제 달걀 파동’은 닭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 방식이 사태의 원인이었다. 닭을 좁은 공간에 밀어넣어 사육하는 밀집 사육을 하다 보니 진드기가 발생했고, 이를 막기 위해 살충제를 기준치 이상으로 뿌리거나 사용이 금지된 약물을 사용해 사태가 커진 것이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동물 전염병 역시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 방식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형찬 변호사가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다. 그의 이력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이 변호사는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수의사이기도 하다. 학부 시절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기초과학자를 꿈꿨지만,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 논란을 지켜보며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와 소통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로스쿨에 입학했고, 변호사가 됐다. 수의사 출신 변호사답게 동물 관련 사건을 상당수 맡았던 그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현행법에 제동을 걸었다. 5월 광주지방법원에 민법 98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동물권단체 ‘케어’와 함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이다.

“6년 동안 동물 관련 공부를 했는데, 그것보다 더 큰 동인(動因)이 어딨겠어요?”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이 보인다”는 간디의 말을 빌려 우리나라 수준은 어디쯤인지 물었다. 이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멀었죠.” 그러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되면) 헌법소원까지 갈 텐데 솔직히 부정적이긴 해요. (그렇지만) 사회적인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봐요”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하는 민법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3월 동물을 인간이나 물건이 아닌 ‘제3의 객체’로 인정하는 민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민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민법 개정 시안 같은 걸 민법개정위원회에서 마련하는데 거기에 민법98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물건 가치 이상의 손해배상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개정시안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물론 통과하지 못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동물의 법적인 지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고 봐요.” 이 변호사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민법개정안이 곧 통과되리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행법은 아직 동물을 물건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일반적인 물건 가치 이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변호했던 사건 중 반려동물을 카페에 맡겼는데, 카페 주인의 실수로 그 동물의 한 쪽 눈이 실명된 케이스가 있었어요. 이 사건의 손해배상은 1000만 원이 나왔거든요. 예상보다 훨씬 높게 인정이 된 거예요. 법적으로 반려동물의 가치가 인정되는 추세죠”라고 말한다.

“(동물의 법적 지위 규정은) 동물복지까지 나아가는 과정이라 봐요. 예전에는 ‘동물보호단체’였다가 ‘동물복지단체’가 됐고 또 이제는 ‘동물권단체’가 됐거든요. 동물보호는 사람이 동물을 보호하는 거예요. 수동적인 의미죠. 동물복지나 동물권은 동물 자체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능동적으로 권리를 찾아가는 데까지 나아가는 거죠.”

◇이형찬 변호사는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법무법인 수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자문변호사, 건국대 농식품안전인증센터 운영위원, 한국의료법학회, 의료문제 변호사모임 재무이사의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로서의 직업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수의사는 한정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지만, 변호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법조인으로서의 삶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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