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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더 읽기] ‘초대형IB’ 출범 가시화…은행 넘보는 증권사,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
입력 2017-11-02 10:50   수정 2017-11-02 14:20
한지운 자본시장부장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초대형IB(투자은행)’ 출범이 이달 들어 본격 가시화되고 있다.

당초 초대형IB는 10월 중에 인가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들어 규제 강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은행권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자칫 내년으로 출범이 미뤄질 조짐마저 보였다. 하지만 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관련 안건이 상정되면서 한국의 첫 초대형IB는 이르면 8일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달 내 출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반기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초대형IB의 취지와 현황 등 궁금증에 대해 네 가지의 질문으로 상세히 풀어본다.

◇궁금증① 초대형IB, 도대체 뭐길래 =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에 발행어음 업무 등을 허용,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증권사로 육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IB(Investment Bank)는 자금을 직접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은행을 말한다. 그간 증권사들은 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에 제한이 있었지만, 초대형IB가 되면 각자 자기자본의 최대 두 배만큼 발행어음을 찍어 조달한 돈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초대형IB의 출범은 대형 증권사들에게 기업대출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출 대상 기업들은 기술력은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이 과감하게 대출하기 어려운 벤처와 스타트업 등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국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금증② 초대형IB의 자격 요건은 = ‘초대형IB 육성 방안’에 따르면, 심의를 거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에는 단기금융업무를 허용한다. 단기금융업무는 만기 1년 이내인 어음의 발행·할인·중개·인수·보증 업무가 가능하다. 또한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인 증권사에는 고객예탁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자산 등으로 운용하면서 수익을 지급하는 원금보장의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업무까지 가능하다.

7월부로 금융위에 초대형IB 지정 및 단기금융업무 인가 신청을 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다. 국내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자기자본 7조 원을 넘어섰다. 나머지 4곳은 4조 원대를 기록 중이다.

◇궁금증③ 증권사들이 뛰어드는 이유는 =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IB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익 확대를 통한 규모 성장을 위해서다. 증권업계는 고객들의 예금을 활용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주식 및 상장 수수료 관련 사업 외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다. 고객에게 돈을 받아 채권을 대신 운용해 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손실 위험성이 있고 만기도 짧아 안정적인 투자자금 확보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자본의 200% 한도까지 발행어음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이 생긴 것은 너무나 큰 호재다. 발행어음의 경우 만기 1년 보장에, 원할 때 발행할 수 있어 운용이 쉽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될 경우 수익 구조도 자연스럽게 다변화되면서 이익 창출이 원활해진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IB 인가에 사력을 집중하는 이유다.

◇궁금증④ 업권 간 반발은 문제 없나 = 초대형IB 출범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은행권의 반발이 서서히 표면 위로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핵심은 역시 IMA다. 초대형IB가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을 확보할 경우 허용되는 IMA까지 손에 쥐게 되면 은행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초대형IB는 금융투자회사에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단초를 부른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초대형IB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난달 11일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초대형IB는 혁신자본 도입 취지보다 금융산업적인 고려가 더 컸다”, “초대형IB에 기업대출을 허용하는 것이 IB 육성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라고 말해 브레이크를 걸었다. 또 같은 달 1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대 8조 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IMA 업무를 시작하면 수백조 원의 부동자금이 쏠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초대형IB가 업권 간 다툼의 여파로 여러 가지 제약에 걸리며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초대형IB로 지정되더라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발행어음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기업금융 등 당초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현재 초대형IB를 신청한 5곳의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 심의 대상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나머지 4개사는 인적·물적인 요건과 대주주 적격성 등의 이유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넘어야 할 높은 산이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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