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뜨거운 감자 ‘통신비’ 논쟁

입력 2017-10-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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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갑에서 나가는 통신요금, ‘호갱’은 되기 싫으시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통신비 논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강력한 시장 개입을 통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이 되자마자 인수위격인 국정자문위원회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 방안에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이동통신사들은 강력 반발했다. 시장경제에 어긋난다며 통신비 인하 방안에 조목조목 딴죽을 걸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통신비는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라며 필사적으로 정부에 반기를 든 것.

이쯤 되면 통신비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정말 우리나라 통신비는 비싼 걸까? 아니면 전 국민이 통신사의 호갱(어수룩하게 이용당하는 손님)이 돼 우리만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는 걸까?

궁금증① 국내 이동통신요금 정말 비싼가? = 대다수 소비자는 통신비가 비싸다고 생각한다. 3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3%의 소비자들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가계 통신비 부담 총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OECD가 발표한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율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의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액은 148.39달러이다.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가계 무선통신요금 지출액은 115.50 달러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통신비가 한국의 가계 지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부담인 게 맞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부담이 높다고 해서 통신료가 비싸다는 뜻은 아니다. 이동통신 지출 총액이 아니라 사용량을 똑같이 놓고 요금을 비교하면 한국의 통신료는 낮은 편에 속한다.

OECD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34개 OECD 회원국의 이동통신 요금을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눠 소비자가 부담하는 요금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8∼19위를 차지했다. 비교 대상 사용량 전 구간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요금이 저렴했다. 특히 결합상품 요금은 2014년 4월 기준 초고속 인터넷 + 유선 전화 + IPTV 결합 상품은 한국이 비교 대상 12개국 중 두 번째로 요금이 저렴했다.

문제는 소비자 체감 통신비가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월별 가계 통신비 지출액은 평균 14만4000원(2인 이상 가계 기준)이다. 1년이면 172만 원이다. 같은 기간 평균 가계지출(336만1000원)과 대조해 보면 가계 통신비 비율은 약 4.28%에 달해 의식주, 교육, 교통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궁금증② 비싼 통신비 주범은 단말기?

국내 소비자가 받는 통신비 청구요금은 통신서비스요금, 단말기할부금, 부가사용금액, 이렇게 세 종류로 나뉘어 표기된다.

부가사용금액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또는 소액결제, 로밍 등 별도로 사용하는 서비스 금액이다. 최근 3년간 SK텔레콤과 KT 이용고객의 청구요금 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50%를 차지하던 통신서비스요금은 지난해 49.5%, 올해 상반기 44.9%로 점차 줄고 있다.

반면 단말기할부금은 2015년 26.3%를 차지하다 올 상반기 29.7%로 오르고 있다. 특히 선택약정 대상자는 올 상반기 통신서비스 요금 39.3%, 단말기 할부금 33.6%로 통신비와 단말기 비중이 비슷해지는 수준까지 왔다. 실제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하거나, 중고 단말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대로 실태조사를 한다면 단말기할부금이 전체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궁금증③ 단말기완전자급제 도입하면 통신비 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지수이다. 자급제를 지지하는 쪽에선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를 분리하면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반대 입장에선 허황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통사들조차 의견이 달라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급제 법안을 발의한 박 의원은 완전자급제를 시행할 경우 이통사들이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요금제 경쟁에 쓰면 4조300억 원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제조사 간 경쟁 촉진으로 단말기 출고가격이 하락하여 연간 최대 4조 원, 알뜰폰 활성화로 1조4900억 원을 추가 절감, 최대 9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자급제를 반대하는 유통협회에선 억지 논리라며 맞서고 있다. 국내 총단말기 판매 연간 이익 추정 금액이 8200억 원 수준인데, 4조 원 절약은 말이 안 된다는 것. 단말기 유통과 통신서비스 가입이 분리되면 시장이 투명해지고 단말기 간 경쟁으로 가격이 인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궁금증④ 고가요금제 ‘호갱’ 안 되려면?

소비자들이 통신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원인에는 이통사들의 정책도 있다. 이통사들이 다양한 요금제 중 특히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 실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단말기 구입 비용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고가 휴대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3만 원 미만의 저가요금제를 선택한 소비자는 16.3%에 불과했고, 3만~5만 원 38.9%, 5만~10만 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선택한 경우는 43.4%였다. 지원금을 미끼로 통신비 부담을 가계에 떠안기는 이동통신사들의 꼼수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스스로 통신비를 아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현재 가입한 요금제가 적정한지,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과 요금제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또 지난달부터 시작된 선택약정할인 25% 적용 대상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필수이다.

이통 3사는 기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중 잔여 약정 기간이 6개월 이내로 남은 가입자의 위약금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12개월 약정으로 20% 선택할인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이 약정 기한 6개월을 남겨 뒀다면 25% 선택할인요금제를 재약정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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