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충성 전쟁터 된 中 제19차 당대회

입력 2017-10-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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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민간기업 CEO들, 잇따라 시진핑에게 충성 맹세…사내 당 조직 설치·정관 변경 움직임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당대회 개막식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기업들의 충성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19차 당대회에서 국유와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시 주석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이 지난 18일 19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정부는 물론 기업과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당에 의한 지배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방침을 제시한 가운데 기업들이 이를 철저히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시 주석과 당의 환심을 사서 정책적 지원을 더 많이 받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중국 최대 석탄업체인 국영 선화에너지그룹의 링원 CEO는 당대회 기간 열린 한 분과 토론회에서 “23만 명 직원 모두가 시진핑 주석의 개막식 업무보고를 TV로 봤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기간 전력망업체인 스테이트그리드의 뱌오둥 회장은 “170만 명 우리 직원은 어떤 경우에도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에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다”고 단언했다. 국유 인프라 대기업인 중국교통건설집단의 전펀젠 회장은 “시 주석이 주장한 ‘일대일로(一帶一路·현대판 실크로드)는 위대한 지혜”라며 “관련 국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런 충성 맹세에 민간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의 류창둥 CEO는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역사적인 변혁을 추진했다”고 역설했다. 알리바바그룹과 더불어 중국 2대 IT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텐센트는 지난주 시 주석의 연설에 박수를 치는 무료 모바일 게임을 배포했다.

중국의 거의 모든 국영기업에는 당 조직이 있다. 반면 민간기업에 당 조직이 있는 비율은 과거 5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당의 기업에 대한 통제와 영향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당 조직을 설치한 민간기업 비율은 지난해 68%로 급등했다.

스타트업들도 당 조직을 세우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공유자전거업체인 오포는 지난 7월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온라인 교육업체 TAL에듀케이션그룹은 9월에 각각 당 조직을 신설했다. 중국 최대 식당 리뷰 업체 메이퇀뎬핑도 13일 “당 위원회를 설립했다”며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전개하든지 국가전략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정도로 신흥기업이 많이 모인 광둥성 선전 시는 아예 사내에 당 조직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상 교육을 강화하는 용도의 ‘연합 당 위원회’를 설립했으며 현재 약 300개사가 이 조직에 가입한 상태다.

증시 상장사를 대상으로 당에 의한 경영 개입을 용인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신문이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상장사 34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대회 개막 하루 전인 17일 시점에 8개사 중 1개꼴인 436개 상장사가 당의 경영개입을 용인했다. 이는 지난 7월 말의 288개사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2개월 여만에 중국남방항공과 씨틱뱅크, 외식 부문 대기업 광저우주가집단(廣州酒家集團) 등 148개사가 ‘중요한 경영 결정사항이 있을 때 당 조직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한다’는 등 정관 변경 대열에 합류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당의 기업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시장의 신뢰를 손상시켜 오히려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상장사 정관 변경에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미 8개사 중 1개 꼴로 변경이 이뤄진 것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사내 당 위원회가 신설된 한 민간기업 직원은 “요즘 당의 방침을 설명하는 사내회의나 당 주최 연구회가 늘어나 일상적인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정부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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