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칼럼] 4차 산업혁명, 초점은 역시 규제 완화

입력 2017-10-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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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현재 우리는 어느 수준에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은 크게 빅데이터의 생성 및 수집, 인공지능을 통한 분석 및 판단, 로봇 기술을 통한 실행 등 3단계로 나뉜다. 이 중 기술 발전이 가장 앞선 것은 일부 빅데이터 생성 및 수집 단계와 인공지능을 통한 분석 단계라 할 수 있다.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물인터넷과 3D프린팅, 로봇 기술 등과 달리 네트워크와 클라우드만을 이용한 빅데이터 생성 및 수집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다.

매년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음성인식, 번역, 이미지 분석 등 빅데이터가 확보된 분야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수집이 용이하고 자료 분석 결과 활용 단계에 물리학 기술이 결여된, 즉 디지털 기술 중심의 산업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 디지털 기술 중심 산업이 바로 금융업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IT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로보어드바이저, P2P플랫폼 등 IT기술이 중심이 된 핀테크 산업의 진화를 금융 분야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세계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스스로 IT회사라고 선언했는데, 디지털 기술이 금융 분야의 핵심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실제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대형 ICT기업들이 핀테크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 국내 핀테크 산업은 어떠할까? 먼저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이 절실한 상황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효율성은 전체 137개국 중 74위로 네팔(73위)보다도 낮다. 핀테크 산업을 통해 정체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 금융기관들은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라도 핀테크 산업 진출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금융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핀테크 산업 발전이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가구의 금융자산 비중은 26.0%로, 실물자산(74.0%)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핀테크는 작금의 저금리 시대에 실물자산에 뒤지지 않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제공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발전 필요성과 유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야 할 핀테크 산업이 은산(銀産) 분리 등 여러 규제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K-뱅크, 카카오뱅크 설립으로 국내 핀테크 산업이 탄력을 받긴 했지만 20년 만에 겨우 설립된 이들 은행의 후발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 규제 완화 및 법제도 정비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핀테크 산업 규제 혁신 계획을 마련하였지만 여전히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침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신사업 분야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임시허가제인 ‘규제 샌드박스(sandbox)’를 도입하고 성장단계별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신사업은 기존 시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수요에 의해 탄생해 성장하는 것이고 금융 지원은 금융산업이 해야 할 역할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는 규제 샌드박스에 앞서 기존 관련 분야의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금융산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 완화가 국내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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