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여전히 개발 중

입력 2017-10-16 06:00수정 2017-10-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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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아파트값이 최고 2000만원 수준이고 시골마을 땅값도 2백만원 대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제주도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경관이 좀 좋다 싶은 곳에는 건물이 들어섰거나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는 카페나 펜션이 가득 차 있고 숲속까지 숙박시설 판이다.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소리가 아니겠나.

사드보복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호황이다. 요유커(遊客) 빈 자리를 내국인이나 다른 외국 관광객이 채우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

물론 중국인이 즐겨 찾던 특정 지역은 썰렁하기 짝이 없지만 내국인 선호 지역은 불경기가 없다. 올레길이 있는 바닷가 동네는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더욱이 9월30일부터 시작된 긴 추석연휴 기간에는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숙박업소를 비롯한 음식점·주요 관광지 등은 연일 초만원을 이뤘다.

제주도 관광시장은 전혀 이상이 없다는 뜻이다.

숙박시설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건설 붐은 식지 않는다. 비수기에는 빈 방이 남아돌고 있으나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한철 장사를 해도 얼마든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거다.

제주 한 달 또는 1년 살아보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세 등을 놓아도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다. 한 달 월세는 투 룸의 경우 100만원 안팎이고 1년 치를 먼저 내는 연세는 800만~1000만원 수준이다. 살기가 괜찮은 동네가 그렇다.

꺼지지 않는 개발 열기는 부동산 가격을 자꾸 끌어 올린다. 제주시내와 서귀포권 아파트 가격은 3.3㎡(평)당 1500만~2000만원 선이다. 일반 마을의 땅값은 평당 200만~300만원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바다가 보이는 관광지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매물이 귀하다.

기존 동네 헌집도 인기가 좋다. 리모델링을 통해 숙박시설이나 카페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름한 옛 돌담집은 더 매력적이다. 쓸어져가는 옛집을 대충 수리해 커피·음식점 등으로 개조한 곳이 적지 않다. 잘 알려진 제주시 구좌읍 송담리 풍림다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볼품없는 집 형태가 마음을 사로 잡는다. 여기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첨가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렇다고 모든 상가들이 다 성공을 이룬다는 말은 아니다. 관광지라도 비 호감 대상은 있게 마련이다. 같은 골목길 음식점인데도 어느 곳은 손님으로 메어 터지는가 하면 어떤 곳은 좌석이 텅텅 비기도 한다.

숙박업소도 예외가 아니다. 깨끗하게 잘 꾸민 곳은 예약자가 줄을 서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된 곳은 공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제주도의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호황이다.

먼저 제주도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을 보자.

2007년 다가구주택의 개별 가구수를 포함한 전체 인·허가 물량은 2401가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2만8049가구로 늘었다. 10년간 11.7배 증가한 셈이다. 연간 주택 수요량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제주도 유입인구가 늘어난 원인도 있지만 관광객 숙박시설로 활용되는 주택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증거다.

올해 들어 전국적인 주택 인·허가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제주도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1월 1870가구에서 2월 3388가구, 3월 5244가구, 4월7085가구, 5월 9891가구, 6월1만2514가구, 7월 1만3721가구 등으로 매월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 월간 평균 인·허가 물량으로 따지면 올해 7673가구로 지난해 2337가구보다 3.3배나 많다. 주택 공급물량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아파트만 따져도 그렇다. 지난해 연간 공급량은 3817가구였으나 올해는 7월말 기준으로 쳐도 8040가구나 된다. 이 추세로 간다면 연말에 1만 가구가 넘을 것 같다.

숙박시설은 면적기준 2014년 1백27만㎡을 고비로 매년 감소세다. 아마 분양형 호텔이 너무 공급된데 따른 영향인 듯싶다. 대형 숙박시설과 달리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은 끊임없이 증가한다. 몇 달 또는 1년 살아보기 수요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아진 게 요인이다.

테마가 있는 마을 만들기 바람도 분다. 건물 형태와 색상을 통일시킨다든가 이탈리아·스위스 등 외국풍 마을도 눈에 띈다.

그냥 휴양지 별장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이곳에 살면서 수익을 얻는 구조도 나온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월랑봉 인근에 조성 중인 이탈리아 마을 ‘다랑쉬테레’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1층에 상가를 넣고 2층은 집 주인이 거주하는 형태다. 살면서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스위스 마을도 같은 종류다. 이곳은 이미 영업 중이다.

테마마을 개발 전문가인 강경래 베네건축 사장 얘기다.

“휴양을 곁들이면서 노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제주라고 생각한다. 기후와 환경이 느림의 삶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딱 알맞다. 여기다가 조금의 수익이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제주 개발붐은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불법 방 장사가 성행한다는 거다. 신고를 하지 않고 관광객에게 방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아파트를 통째로 가족단위 또는 단체 관광객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등록된 민박주택만 공식적인 숙박시설이다.

제주시나 서귀포에는 외지인이 사 놓은 아파트가 의외로 많다. 대부분 관광객 숙박용으로 쓰기 위한 투자용이다. 주택업체들도 이런 수익모델을 앞세워 아파트를 팔았다.

아파트 숙박업은 불법이다. 그래서 이들은 에어앤비나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공유 사이트를 통해 수요자를 찾는다. 이런 방식으로 방장사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와 관련, 제주도 경찰은 최근 이런 미신고 숙박업 불법영업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 28개소를 적발했다. 실제 불법 숙박시설은 이보다 훨씬 많은데 반해 적발 건수는 미미하다.

앞으로 불법 영업자에 대한 공식 숙박업소들의 감시가 강해질지 모른다. 공급과잉 등으로 공실이 많아지면 등록업소들은 불법 영업을 가만히 나두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다.

아파트와 같이 숙박업이 불가능한 주택을 사 놓은 사람은 낭패 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도 제주 관광시장의 성장 여지는 한없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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