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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대 明과 暗] ‘신기원’ 혹은 ‘신기루’… 금융판도 비튼 ‘아홉살’ 비트코인
입력 2017-10-11 11:10

#13년동안 900가지 이상의 증권 리포트를 작성한 론니 모아스(Ronnie Moas) 애널리스트가 비트코인이 2018년에는 5000달러가 되며, 향후 10년 간 최소 2만5000달러에서 최대 5만 달러(5773만 5000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거품이 17세기 네덜란자(CEO)가 비트코인드의 '튤립 거품'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다이먼은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결국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통화) 비트코인이 탄생한지 9년이 지나 서서히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음에도, 여전히 실제 화폐로서의 기능을 대체하지 못해 일순간 가치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론과 부정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 금융의 혁명일까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2013년 말 급부상하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가상화폐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인정한 기술인 블록체인을 세계 최초로 가상의 화폐로 구현해 위·변조와 복제가 불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지금까지 생산된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가 관리되고 있다는 점은 비트코인이 국가 간 자금거래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은 혁신적인 거래기록 관리 기능으로 이를 다양한 거래 활용하기도 한다. 우선 에스크로 기능이다. 에스크로란 거래가 안전하게 이뤄진 후 대금이 결제되게 하는 기능이다. 이는 비트코인만으로 신용카드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이 통화·파생상품·실물자산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해외 송금뿐만 아니라 부동산·금·다이아몬드 등 실물자산의 거래가 가능하며, 거래 가능한 모든 자산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희소성 또한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비트코인은 화폐량이 일정량에 다다르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끔 제한을 뒀다. 전체 통화 생산량이 2100만 비트코인(BTC)로 제한돼 있어 향후 희소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인정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일부 국가에선 이미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자격은 인정받고 있다.

일본은 올해 5월 비트코인을 공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자금결제법안을 개정했다. 영국은 2014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국가 차원의 제도권 편입을 시사했다.

이 일환으로 영국 조세 당국인 왕립세무청은 비트코인에 부과되던 부가가치세(VAT)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비트코인 거래자가 얻은 수익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트코인을 실질적 화폐 대체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자격 여부를 논외로 하더라도 자산의 대체 보관수단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배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로 은행 출금제한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밖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이긴 미국 대선 때도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과 국가적 위기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안전자산으로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가간 이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컨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을 해외로 반출하려면 반드시 신고를 해야한다. 반면 비트코인 소유자들은 휴대용이동저장장치(USB)나 해외거래소 계정만 있으면 쉽게 자산을 옮길 수 있다. 게다가 무게와 부피면에서도 비트코인은 금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가격이다.

비트코인 탄생후 9년여 간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가 늘어나는 것을 방증한다.

비트코인은 지난 9월 4912달러(약 557만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현재 3700달러(약 419만 원)로 거래되고 있다.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산인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600억 달러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며 "거래금액과 시가총액 추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우람 기자 hura@

◇튤립 광풍의 재현일까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성 면에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튤립 거품’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400만 원을 넘던 비트코인 가격이 7월에는 200만 원 대까지 떨어졌고, 8월 중순에는 다시 400만 원 대를 회복했다.

전세계 각종 투기세력들은 물론 검은 돈까지 몰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시장은 이런 초단기간의 급등락세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가격이 적정 가치라고 보기엔 과도한데다 변동성도 심해 투기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모하마드 엘 에리언(Mohamed El Erian) 전 핌코 CEO도 비트코인의 가치는 “현재의 절반 수준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분할 가능성도 가격변동성 확대 요인중 하나다. 지난해 초 이더리움이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으로 분리될 때도 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8월 비트코인은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로 쪼개지는 하드포크(하나의 화폐가 두 개로 나눠지는 상황)를 겪었다. 공식 거래를 시작한 8월 1일 첫날의 비트코인 캐시 가격은 기존 비트코인의 10% 수준인 247달러(약 27만7628원)에서 400달러(약 44만9600원) 선까지 오르내렸다. 새로운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진 셈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국가나 중앙은행과 같은 관리자가 없다보니 거래소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분산원장 기술의 현황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5년간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소 중 3분의 1이 해킹을 당했고, 그중 절반이 손해를 견디다 못해 사업을 접었다.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Gox)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운트곡스는 2014년 2월 당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를 담당하는 최대 거래소였다. 마운트곡스는 해킹으로 4억5000만달러(약 5071억 원)어치 비트코인을 분실했다. 마운트곡스 운영자들은 경찰에 해킹이라고 신고했으나 조사 결과 CEO인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가 자신의 현금 계좌를 부정한 방법으로 조작하고 횡령한 것으로 판명돼 체포됐다. 카펠레스는 무죄를 받았고 집단소송을 낸 원고들은 패소했다. 배임과 횡령의 증거물인 장부가 없었기에 마운트곡스 고객들의 피해액을 변제할 방법은 없었다.

높은 수준의 보안성과 익명성의 특징을 가진 비트코인은 범죄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무기 및 마약 거래, 테러 관련 자금이 주로 비트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월 “비트코인이 이슬람 테러단체 활동 자금 지원에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미국 LA 한인갱단 조직원 3명과 국내 판매총책 13명 등 일당이 비트코인을 이용해 마약을 밀거래했다. 판매책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반적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접속하지 않고 특정 웹 사이트에 접속해 마약류 판매글을 올렸다. 이번달에도 비트코인으로 자금세탁을 시도한 일당 4명이 검거됐다. 부산 도심 상가에서 다량의 대마를 재배한 뒤 딥웹(Deep Web·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할 수 없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총 75회에 걸쳐 대마 1.25kg을 총 1억5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으로 판매했다. 비트코인 결제를 강요하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이트도 급증세다. 지난 5월과 6월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 공격으로 전 세계 150개국에 대규모 피해를 입힌 해커들은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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