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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불러올 일들
입력 2017-09-14 10:36
신동민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로 전술핵(戰術核) 재배치를 둘러싼 사회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야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술핵이란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폭파 위력이 수㏏(1㏏는 TNT 폭약 1000톤의 위력에 해당) 이내의 핵탄두, 핵지뢰, 핵기뢰 등을 말한다.

전술핵 재배치 찬성론자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전술핵으로 독자적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포의 균형이 있어야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전쟁 억제가 가능하고, 또 옛 동독과 서독처럼 군사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포용정책으로 통일까지 갈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전술핵 재배치를 하게 되면 한반도의 비핵화 정책 기조가 깨지게 되고 동북아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일본도 핵무장에 나설 수 있어 자칫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도 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슴으론 우리나라도 핵보유국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머리로 생각하면 지금 전술핵 재배치가 과연 필요할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방어적 무기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만 해도 중국을 설득하지 못해 중국 진출 기업들이 사드 보복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거기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면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까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도 전술핵 배치가 과연 정답인가 의문이 든다. 만일 우리나라가 전술핵을 배치하게 되면 전범국인 일본도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신냉전(新冷戰) 체제로 돌아가 한반도의 긴장감은 지금보다 더 고조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유엔 안보리 제재는 무력화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강화하게 된다. 그러면 더는 북한을 제어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북한이 핵개발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현재의 북한 체제 안전 보장에 있다. 이를 넘어서 북한식 통일의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역학 관계 때문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이라크나 리비아 사태처럼 정권 보장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미 북한식 통일 야욕을 드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전술핵 재배치가 우리나라에 큰 이익을 줄지 의문이다. 자위권 차원에서 전술핵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핵전쟁을 전제로 한다. 이미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술핵으로 자위권을 발동해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갈 뿐이다.

또 전술핵이 있어야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말장난에 불과하다. 북한은 핵보유의 정당성을 미국에 대한 자위권 차원이라고 여러 번 밝혔듯이 핵전쟁을 일으키면 김정은 정권도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술핵을 보유해야만 공포의 균형이 유지된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전술핵 재배치는 중국과 러시아만 자극할 뿐이다. 최악엔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교단절 사태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도 가능하다는 미국의 최근 발언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나온 카드이다. 북한 압박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는 것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조차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이다.

따라서 우리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희박한 가능성을 두고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만 자극할 뿐이다. 결국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주장에 힘만 보태는 셈이 된다.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냉철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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