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자구안은 사실상 금호타이어 '인수안'?

입력 2017-09-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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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제출한 금호타이어 자구안은 사실상 '인수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 제시했던 유상증자와 대우건설 지분 매각이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채권단으로부터의 독립을 강화시키는 방책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담긴 구조조정 내용이 상징적 수준에 그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삼구 회장, 유상증자로 1대주주 노리나

금호타이어가 12일 제출한 자구안은 크게 ▲중국 공장 매각(3500억∼4000억 원) ▲유상증자(2000억 원) ▲대우건설 지분 4.40% 매각(1300억 원) ▲ 임금삭감 10% 및 인력감축 등을 담았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이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제안한 것을 두고 금호타이어 최대주주를 노렸다고 지적한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지난 7월 10일 8650원이었으나 매각 무산이 공식화되며 4985원(9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급락했다.

박 회장이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유상증자를 완료하면 금호타이어 주식 4000만주를 확보할 수있다. 금호타이어의 전체 주식수는 1억5800만주에서 1억9800만주로 늘어난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율은 42%(6636만주)에서 33%로 하락하며 박 회장은 단숨에 지분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과 KDB산업은행이 각각 11%, 10% 지분을 갖게된다. 즉, 2000억 원을 투입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지켜라…'산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대우건설 지분 매각은 실효성이 없다. 금호타이어가 운전자금 등을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장기 대출을 받으며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인은 "대우건설 지분의 공정가치가 원가 이하로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손상차손 1420억 원(2016년 상반기 기준)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다만, 채권단이 허가하면 담보 설정을 해제하고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한다면 금호타이어 신규 여신부터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타이어는 2015년 11월 신규자금 차입을 위해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앞서 금호산업 이사회는 상표권 사용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금호홀딩스 담보를 해제를 함께 요청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그룹을 지배하는 주식 대부분이 산업은행에 볼모로 잡힌 격이다.

◇구조조정 방안 상징적 수준에 그쳐…중국 공장 매각 실효성 의문

자구안에 추가로 담긴 구조조정도 자구안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조항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임원 임금을 모두 반납하지 않고, 10% 삭감하기로 했다. 사무직 인력 감축안도 상징적인 수준에 그쳤다. 생산직 구조조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 삭감 및 정리해고는 노동법 상 노조와 합의해야하는 사항"이라며 "노조의 동의 없이 생산직 구조조정안을 단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생산직 인력 감축이 어려운 것을 감안하더라도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구안의 핵심으로 꼽혔던 중국 공장 매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서 더블스타, 지프로, 링롱타이어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금호타이어는 중간 지주사격인 홍콩 법인을 통해 중국 공장과 베트남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중국 공장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베트남 공장은 순이익을 내고 있다. 따라서 이익을 내는 베트남 공장까지 함께 매각하는 것이 성사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인수ㆍ합병(M&A) 관계자는 "중국 투자자는 중국 공장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미국이나 베트남 공장에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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