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가늠자가 될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

입력 2017-09-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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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건 적폐청산(積弊淸算)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 그중 가장 시급한 적폐청산은 정치권 보은(報恩) 인사로 공기업이나 정부 산하단체장으로 낙하산을 보내는 것이다. 이런 낙하산 인사를 없애고 해당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각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정치권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금융투자업계의 ‘전통적’ 낙하산 자리로 꼽혀온 거래소 이사장 선임 문제가 대표적이다. 거래소가 설립된 지난 61년간 이사장 자리는 단 한 차례 이외에는 모두가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보면 알 수 있을 듯하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기존 사람을 내몰고, 자기 사람들을 앉히는 것은 적폐의 연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 주변 인물 또는 고위공무원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기간 거래소의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사실상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아니 주요 해외 주식 시장에 상대적인 평가를 한다면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코스닥 시장은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가상화폐 거래소보다 규모가 줄어들고 있을 정도이다.

유망한 중소기업이 성장 기반을 닦기 위한 코스닥 시장이 가상화폐 거래소보다 거래 대금이 줄어든 것은 충격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다. 코스닥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인력을 창출하고 수출을 통해 국내 경제에 기여한다. 코스닥을 통해 파생되는 경제적인 효과에 비해 가상화폐는 가상화폐 거래소 수수료 수입 이외에는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비하다.

낙하산 인사가 거래소 이사장으로 오게 될 경우 업무 파악과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적폐청산도 빛을 바랠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가장 큰 중심 중 하나인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 한가롭게 업무 파악하고 노조와의 마찰로 손놓고 있을 시간이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거래소는 지주사 전환이니 IPO 추진 문제는 뒤로한다 해도 당장 20~30대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주식 시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중요한 점은 낙하산 인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앉혀준 자리에서 윗선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는 상당한 이해 상충이 발생하는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정부의 주가 조작과의 전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 등으로 주가 조작의 문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오던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과잉 법치, 규제 일색에 나선 결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처럼 돼 버렸다. 파생상품 시장 역시 규제 일변도로 나간 결과 시장은 처참한 결과를 맞았다.

혹자들은 정치인은 현직에 있을 때만 문제가 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문제가 생길 때 본인이 아니면 된다는 무책임한 의식이 팽배하다.

이런 폭탄 돌리기식의 운영은 언젠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주식 시장의 심각한 문제를 표출할 때가 지금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낙하산을 내려보내 ‘적폐청산’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되고, 또 전 정부들이 벌여온 문제로 주식 시장의 어려움에 따른 책임을 혼자 떠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국가는 시장을 이기지 못했고, 능력이 뛰어난 적도 없다. 국가는 시장의 밖에서 든든한 지킴목이 되어 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이제는 정치권이 시장을 내려놓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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