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4일 총파업] 아나운서의 눈물…“5년 전과 바뀐 게 없네요”

입력 2017-09-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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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권력 감시 정론 언론사 만들자” 보직 간부까지 지지 선언

▲8월 30일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에서 열린 MBC 노조 총파업 결의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동료의 발언을 듣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시스)

방송인 오상진은 지난 4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2012년 MBC에서 퇴사한 후 5년만에 찾은 친정. 김구라는 연신 눈물을 찍어내는 오상진에게 “그럴 거면 뭐하러 MBC를 나갔냐”고 타박했다. 김구라가 “뭐 하러” 나갔느냐 물으니 대신 답한다. 그는 “일 하러” 나갔다. 2012년 170일간 진행된 MBC 총 파업에 참가했던 그는 업무에 복귀한 뒤에도 진행하던 프로그램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2012년 MBC 파업 당시 오상진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이하 MBC 노조) 비상임 대의원을 맡아 아나운서들을 인솔했다. 그는 당시 MBC 노조 공식 SNS를 통해 진행된 누리꾼과의 인터뷰에서 파업 목적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이렇게 설명했다. “자본과 권력을 멀리하며 그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정론 언론사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5년이 흘렀다. 그 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 모두가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오상진의 아내이자 공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한 김소영 아나운서는 8월 초 회사를 떠났다. 5년 전 오상진이 회사를 떠난 것과 같은 이유다. 퇴사하던 날 그는 SNS에 “달라질 조직을 기대하며”라고 적었다. 그가 언급한 ‘달라질 조직’이란 아마도 “자본과 권력을 멀리하며 그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정론 언론사”를 가리키는 것이리라.

MBC는 지금 위기다. 오상진, 김소영 아나운서를 비롯해 5년 동안 12명의 아나운서들이 퇴사했다. 허일후, 이재은 등 남아 있는 아나운서들 가운데 27명은 이달 중순부터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시사제작국, 콘텐츠제작국, 보도국, 드라마국, 예능국, 라디오국, 편성국 또한 이 같은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MBC 노조 총 파업 찬반 투표는 역대 최고 찬성률로 가결됐다. 파업은 4일 시작된다.

▲MBC 총파업 결의 집회 참석자들이 김장겸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김장겸 사장과 이하 경영진의 사퇴다. 예능국 PD들은 “이제 그만 웃기고 떠나라”고 외쳤고, 드라마국 PD들은 “새로 만들어질 MBC에 당신들(경영진)을 위한 드라마는 없다”고 못박았다. 보직 간부 57인마저 경영진에 등을 돌렸다. 일촉즉발, 위기일발, 그리고 사면초가다.

MBC의 입장은 단호하지만 그들의 태도에서는 조바심이 읽힌다. 홍보국을 통해 김장겸 사장의 확대 간부 회의 발언을, 노조를 향한 경고와 호소를,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경영진의 믿음은 한결 같다. 정권이 언론 장악 의도를 갖고 있으며, 노조는 정권의 부추김에 따라 파업을 감행한다는 게다.

노조는 권력 감시 및 비판의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파업을 한다는데, 사 측은 노조가 권력과 결탁해 파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미디다. 시청자들도 웃긴 건 안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에서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는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의 광고매출은 전년대비 16% 줄었고, 경쟁사 SBS에 비해서도 100억 가량 뒤진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회사와 노조는 서로를 가리킨다. 노조는 배수진을 쳤고 회사는 벼랑 끝에 섰다. 이제 남은 것은 시청자들과 역사의 심판이다. MBC는 누구의 품으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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