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다 놓친 과기정통부…文대통령 첫 업무보고

입력 2017-08-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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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율 조정 통신사 설득 실패, 文 '통신기본료 폐지' 공약도 못 지켜

▲참여연대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비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이 신규 가입자 뿐 아니라 1,300만여 명의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과학기술정통부(과기정통부)가 새 정부 들어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 나선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은 통신업계를 설득하는데 실패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통신 기본료 폐지"라는 대통령 공약 역시 사실상 후퇴했다.

20일 통신업계와 청와대,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취임 후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는다. 과기정통부는 서민경제 안정 대책 가운데 하나인 통신비 인하와 관련한 정책 추진 사항을 보고한다. 현재 20% 수준인 선택약정할인율의 25% 상향 조정에 대해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업무보고는 22일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총 22개 부처가 9개 그룹으로 나눠 31일까지 진행한다. 첫 번째 업무보고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맡은 만큼 대선을

앞두고 '통신 기본료 폐지'를 공약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文대통령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상황 점검=새 정부들어 첫 번째 부처 업무보고는 정책 연관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9개 그룹으로 나눈 부처별 업무보고 기준은 정책의 연관성이다. 예컨대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하나의 그룹으로 묶인다. 이어 외교부와 통일부도 한 그룹으로 속해 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보고 시간을 10분 내외로 최소화해 핵심 정책 약 2개를 보고받고 유관부처 간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무보고의 포문을 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현행 20%인 휴대전화 선택약정할인율을 9월 15일부터 25%로 인상하는 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정책 추진안을 통신업계에 통보하고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새 정책(할인율 상향조정)이 당장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하기로 하자 "문 대통령이 공약한 통신 기본료 폐지 정책이 크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기존 가입자는 현재 약정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해야만 약정할인율 상향 조정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때는 약정을 해지한만큼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가 약정기간 1년을 남겨뒀다면 해지가 오히려 손해다. 4만원대의 요금제의 선택약정할인율이 5%포인트 올라가면 매월 약 2000원을 더 할인받을 수 있다. 약정을 해지하고 다시 약정을 맺으면 24개월 동안 총 4만8000원을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남아있는 약정 기간(1년)에 대한 위약금을 5만 원 이상 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통사와 추가 협의를 통해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통신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실제 적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동통신 3사는 일단 과기정통부가 일단 신규 약정자에 한해 25% 요금할인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존 가입자 적용은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장관과 3사 CEO의 회동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18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양환정 정보통신정책실장이 이동통신 약정 요금할인율 상향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약정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높이는 행정처분을 이동통신사들에 공문으로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통신업계 설득에 실피하고 대통령 공약도 못 지켜=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키 위해 통신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큰 효과없이 업계의 반발만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이통 3사의 요금할인 고지 실태 여부를 조사하며 압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요금제 담합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18일 알뜰폰 사업만 자와 간담회에서 대형 이통사의 가입자 빼앗기를 지적하며 조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결국 통신비 인하 정책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율 조정과 관련해 통신업계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동시에 추진했으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18일 선택약정할인율 조정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기존 가입자들에 대한 요금할인율 조정, 위약금 부담 경감 등 조치는 통신사들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제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통신사와의 합의는 없었다"고 말해 정부의 이번 조치가 통신사 협조없이 강행됐음을 분명히 했다.

통신업계는 정부 업무보고 이후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본격적인 시행(9월 15일) 이전에 가처분신청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8월 말 소송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통신업계 설득에 실패한 상황에 시민단체와 통신 이용자도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통신비

인하 방한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정책국장은 "기존 가입자는 월 몇 천원의 추가 할인을 위해 수만 원대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기존 가입자가 재약정하더라도 위약금을 면제하는 수준의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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