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페놀사건’ 계기로 환경운동 투신… 취임 첫마디 “강한 환경부”

입력 2017-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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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환경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환경단체 대표들의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전업주부이던 1991년 낙동강 페놀 불법 유출사건 때 대구 시민대표로 나서며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김 장관은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며 ‘페놀 아줌마’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 장관이 환경부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에 발탁된 데는 이러한 풍부한 현장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 장관은 7월 5일에야 취임했지만, 그의 입각 가능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흘러나왔다. 그가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사회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부와 산하기관들의 업무보고와 주요 현안을 챙긴 시점부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물관리 일원화 △미세먼지 대책 강화 △4대강 사업 복구 등 환경부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환경부 장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김 장관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전업주부에서 환경운동가로 = 서울에서 태어난 김 장관은 1982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 석사와 고려대 디지털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하고 나서 한국외환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결혼 후에는 시댁이 있는 대구로 내려가 전업주부로 지냈다.

김 장관의 인생을 바꾼 것은 낙동강 폐놀 유출사건이다. 평범한 대한민국 전업주부였던 김 장관은 당시 페놀 유출사건을 계기로 대구 시민대표로 나서며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를 ‘페놀 아줌마’로 불리게 한 사건은 1991년 3월 대구에서 시작됐다.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 있던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탱크에서 파이프가 파열돼 30톤의 페놀이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을 타고 대구 상수원 취수장까지 들어가 수돗물에서 악취가 났다. 취수장은 염소를 넣어 소독하려 했고, 유출된 페놀이 염소와 만나 클로로페놀로 변했다. 클로로페놀은 독성이 강해 암이나 중추신경 장애 등을 유발한다.

페놀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김 장관은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아이를 기르던 평범한 30대 주부였던 김 장관은 페놀 사건 대책모임 시민대표로 활동하면서 두산그룹과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고 ‘페놀 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참여정부 환경특보… 문 대통령과도 인연 = 김 장관은 환경문제에 눈을 뜬 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5년에 서울시 노원구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첫발을 들였고, 1998년에는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생활환경위원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환경 현안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김 장관은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서 환경특보로 일하며 참여정부 환경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환경전문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환경특별위원장 등을 맡아 참여정부의 출발을 함께했다. 이후 2004년 대통령 민원제안비서관, 2005년 대통령 제도개선비서관 겸임, 2006~07년 대통령 지속가능발전비서관을 각각 맡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0년 10월에 환경연구와 공공분야 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지속가능성센터 지우’를 설립해 대표를 지냈다. 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발전 자문과 강연 등의 활동을 해왔다.

참여정부 때의 인연으로 2012년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환경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경선캠프에서 활동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환경부 목소리 내야 할 때” 역할 강조 = 김 장관은 취임식에서 일반적인 낭독 대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패러다임의 혁신과 전환을 주문했다. 김 장관이 취임식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산업화·근대화, 민주화에 이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라는 세 번째 신화를 환경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이어 그는 “환경부는 모든 국가 정책의 환경 영향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환경부가 늘 뒷순위로 밀려 ‘힘없는 부처’로 낙인 찍힌 데 대해 이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과거 4대강 사업에서는 국토교통부와 청와대의 개발 논리에 밀려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경유값 인상을 주장했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산자원부 등 경제부처들이 증세논란과 산업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김 장관은 “임명식에서 문 대통령이 환경부가 모든 국가 정책의 환경 영향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전하고 “환경에 관한 한 우리는 모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이끄는 환경부가 ‘강한’ 환경부로 변신할 것이라는 예고인 셈이다.

△1961년 서울 △고려대 경영학과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 석사 △고려대 디지털경영학 박사 △한국외환은행 근무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위원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방자치특별위원회 위원 △서울시 노원구의회 의원 △서울시의회 의원(새천년민주당) △새천년민주당 시민사회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노무현 대통령후보 환경특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환경전문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환경특별위원장 △대통령 민원제안비서관 △대통령 제도개선비서관 겸임 △대통령 지속가능발전비서관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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