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 마피아 범죄수익 처리서 유래된 ‘자금 세탁’…국내 차명거래 처벌 강화

입력 2017-08-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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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회불안을 조장하던 다양한 불법적인 차명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금융실명법을 강화했다. 즉 2014년 11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타인 명의에 의한 금융거래인 차명거래는 범죄수익 은닉,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자금세탁, 횡령 등 불법· 탈법 행위나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불법적인 차명거래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타인명의 계좌에 자산을 넣어두는 경우, 불법 도박자금 은닉을 위해 타인계좌에 예금하는 경우, 증여세 감면혜택 범위를 초과해 가족명의 계좌에 넣어두는 경우, 친한 친구의 돈을 내 명의의 계좌에 맡아준 행위, 세금을 적게 내는 절세형 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부모명의를 이용하는 행위,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를 목적으로 타인명의에 예금하는 경우 등이다.

다만 동창회나 친목모임회비 관리용 통장 또는 가족 간의 차명거래, 1인당 한도 이상 공모주를 청약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하는 차명거래계좌 등은 예외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더불어 종전에는 차명거래를 한 당사자에게 세금만 추징하는 데 그쳤던 처벌수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시켰다. 금융회사도 종전에는 차명거래계좌를 개설했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었지만 이제는 건별 과태료가 3,000만 원 이하로 바뀌는 등 그 처벌 수준이 무거워졌다.

이와 함께 기존 법에서는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실소유주에게 소유권을 인정하였지만, 앞으로는 명의자 소유로 추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실소유자가 금융자산을 되찾으려면 재판을 통해 실소유자임을 입증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실명거래가 강화되면서 고객들이 금융거래에 불편을 느끼는 문제가 생겼다. 왜냐하면 고객들이 처음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직원과 은행창구에서 만남을 통해서만 실명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고객들의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가 도입될 예정이다. 즉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면 금융거래가 가능해지게 된다. 이 인터넷을 통한 실명확인 제도는 앞으로 인터넷은행이 발족되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이라는 용어는, 1920~30년대에 마피아가 불법적인 도박이나 마약거래 등으로 얻은 수입을 주로 세탁소의 합법적인 수입처럼 위장하면서 등장했다.

이 돈세탁 혹은 자금세탁의 개념은 나중에 ‘자금의 위법한 출처를 숨겨 적법한 것처럼 위장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일반화되었다. 우리나라는 관련법에서 ‘불법재산의 취득· 처분 사실을 가장하거나 그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 그리고 탈세목적으로 재산의 취득· 처분 사실을 가장하거나 그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자금세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자금세탁의 목적은 통상 자금의 출처나 용도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자금세탁의 방식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여러 금융기관 계좌로 자금을 옮기거나, 도중에 자주 거액을 현금으로 입출금하거나, 합법적인 자금과 뒤섞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방식은 불법적으로 얻은 수입금을 가명으로 만든 계좌를 통해 은행에 입금시킨 다음 엄격한 금융비밀 제도를 갖춘 국가에 송금했다가 해외자금인 것처럼 가장해서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금세탁의 대부분은 불법 비자금을 조성· 은닉하거나 탈세를 위한 목적으로 쓰이고 있으나, 최근에는 테러자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빌딩(World Trade Center)을 붕괴시키는 테러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여러 나라가 금융기관들이 테러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들을 동결하기도 했다.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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