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비트코인의 분열

입력 2017-08-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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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특임교수, 전 현대경제연구원

결국 8월 1일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온 비트코인이 둘로 쪼개졌다. 이제 이 두 개의 비트코인을 구분하기 위해, 기존 비트코인은 종전과 같이 ‘비트코인’으로 부르는 반면, 새로운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캐시’라 부른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이들 두 종류의 비트코인을 각각 BTC와 BCH로 구분해 코드명을 부여하였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블록체인(blockchain)’과 ‘포크(fork)’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비트코인의 가장 큰 강점은 거래원장의 정보를 블록화한 후 거래하는 모든 컴퓨터에 동일하게 보관시키는 분산원장 방법에 있다. 이로써 사이버상 가장 우려되는 해킹의 위험에서 해방된다는 것인데, 이때 거래원장의 정보를 일정 용량 모아 블록화한 다음 이들을 체인처럼 연결해 나가는 기록 방법을 우리는 블록체인이라고 부른다. 분산원장의 특성상 기존 거래는 모든 컴퓨터가 동일한 거래 정보를 저장하고 있겠지만, 새로운 거래가 일어났을 때는 일시적으로 어떤 컴퓨터는 업데이트된 정보 블록을 저장하는 반면, 다른 컴퓨터들은 업데이트되지 않은 정보 블록을 저장하고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컴퓨터 망인 ‘노드(node)’ 간에 저장된 정보의 끝부분이 서로 다르게 쪼개져 버리는 현상이 발생할 때, 우리는 이것을 마치 식기 도구인 포크의 끝이 갈라진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포크(fork)’현상이라 부른다. 포크현상은 대부분 일시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만일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 결함으로 포크현상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분산원장이라는 원래의 취지 자체가 사라지는 아주 중대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기록된 정보의 블록들이 컴퓨터 노드마다 달라져버리게 된다는 얘기이고, 그렇게 되면 어느 정보를 신뢰하고 공인해야 하느냐 하는 다툼이 생기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해당 가상화폐 자체가 붕괴되어버리는 무서운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포크현상은 가상화폐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명제인 셈이다.

이제, 화제를 돌려 비트코인으로 돌아가 보자. 비트코인은 본래 설계될 때는 포크현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10분당 블록 1메가바이트(MB) 용량만을 생성하고 거래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이는 1초에 2~3개의 거래만 가능한 구조였다. 이 정도는 비트코인이 처음 탄생될 당시에는 문제가 없는 속도였으나 비트코인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도저히 이 속도로는 폭증하는 거래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러자 비트코인 개발자 측은 블록에서 복잡한 서명을 분리해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인 ‘세그윗(segwit)’으로 ‘소프트포크(soft-fork)’를 진행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즉 기존 블록체인을 유지하되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블록만 인정하는 방식인데, 세그윗을 거치면 비트코인 처리용량은 10분당 1MB에서 2MB로 두 배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채굴업자 일부가 소프트포크에 반대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채굴업자들은 컴퓨터로 연산(演算)문제를 푸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데, 세그윗이 채택되면 채굴작업이 훨씬 어려워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이들 양대 진영이 의견 수렴에 실패하면서, 8월 1일 이전의 거래 정보는 공유하지만 이후로는 서로 영원히 쪼개져버리는 ‘하드포크(hard-fork)’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중 비트코인 ABC 측이 발행하는 비트코인을 ‘비트코인 캐시’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러한 분열이 공멸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로 가격이 폭락하였다. 정작 하드포크 이후에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다시 폭등세로 돌아서서 이후의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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