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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양성평등의 시작은 대표성이다
입력 2017-08-09 12:34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몇 달 전 여성단체가 주관하는 여성정책포럼에서 ‘양성평등과 대표성’에 관한 주제 발제를 했다. 토론자의 토론이 끝나고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한 회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할당제는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우리가 악착같이 실력을 키워 나갑시다.” 그녀의 주장은 힘차고 호소력이 있어서 장내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기도 했다. 여성의 대표성(代表性)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여성들이 실력을 키우면 되잖아요.”

정말 여성들이 열심히 일해서 실력을 키우면 저절로 대표성이 확보될까?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육아와 가사가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경력단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어떻게 할 것인지?”와 “실력을 갖추었지만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상황은 논외로 할 것인가?”를 묻고 싶어진다.

잘못하면 그동안 여성의 대표성이 저조한 것은 “여성들이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뜻에서 한 말일 것이다. “되지도 않을 할당제를 주장하느니 차라리 우리가 온 힘을 다하여 열심히 합시다!”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지수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적으로 인용되고 있는 통계지수를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온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성(性)격차지수는 2016년 기준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6위이고, 남녀임금격차는 약 36%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성격차지수가 가장 낮은 이유는 의사결정직에 있는 여성들의 비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대표성은 민간기업, 공무원, 공공기관, 정치 분야를 막론하고 매우 낮다.

그러면 여성의 대표성이 우리보다 높은 해외 선진국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프랑스에서는 2013년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했고, 일본도 2015년 여성활약 추진법을 제정했다. 노르웨이는 훨씬 이전인 2003년 기업 이사회의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는 꼭 필요해 보인다. 진정한 양성평등은 현재의 여성 대표성 3%가 30%가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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