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부동산 규제하려면… 주식시장을 보고 배워라

입력 2017-08-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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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양도소득세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세력에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력한 규제 의지를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투기 세력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선에 여러 이견은 존재한다. 하지만 만약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이 투기세력에 의한 것으로 본다면,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해법으로 주식 시장을 벤치마킹하라고 권하고 싶다.

주식 시장은 자타공인 ‘공식적으로 허용된 투기판’이다. 하지만 과거 수년 전에 비하면 지금의 주식 시장은 다르다. 이런 주식 시장에 적용되는 강력한 규제를 살펴보면,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느슨한 곳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필자가 과거 부동산 취재기자로 일하다 코스닥 담당 기자를 하면서 느낀 점은, ‘부동산을 사지 왜 주식투자를 하지?’였다. 주식투자는 허위정보나 불확실한 투자 판단에 의해 눈 깜짝할 사이에 어마어마한 투자 손실이 날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지만, 부동산은 투자 손실 위험도 낮고 여러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드는 생각이 ‘아, 이래서 부자들은 주식보다 부동산을 하는구나’였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주식과 부동산은 허위정보에 대한 처벌 수위 자체가 다르다. 주식 시장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허위 또는 과장된 이야기로 이득을 취하면 사기적인 부정거래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은 없는 부동산을 있는 것처럼 팔거나 평당 만 원짜리를 허위·과장된 이야기로 수십 배 정도 뻥튀기는 해야, 그리고 그 피해자가 수십, 수백 명 정도는 돼야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둘째, 주식 시장에서는 거래가 활발해 보이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통정매매(通情賣買)나 가장매매(假裝賣買) 또는 수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주가조작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미분양이 났어도 미분양분을 거둬들이는 등 인위적인 수급을 조절해 해당 부동산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게 해 일반인들에게 나눠 팔아도 아무런 처벌이 없다.

셋째, 주식 시장은 상장사 내부 정보로 투자할 경우 수익을 보지 않아도 그 행위만으로도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건설사 내부정보 또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각종 정보로 투자해서 형사 처벌받았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없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 재테크 시장 가운데 부동산만큼 적은 돈으로 큰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처가 없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시세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90%로, 평균 80%이다. 2000만 원이 있으면 1억 원 내지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최소 5배에서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지만, 주식 시장은 신용매수를 해도 자산의 2.5배 정도만 매수할 수 있다.

부동산 이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대출 규제와 양도세 강화로는 한계가 있다. 상당수 다주택 보유자들은 단기차익보다는 장기투자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항상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정해진다는 믿음이 있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시장을 교란하는 과잉 규제, 처벌 만능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면, 그 사람에게 묻고 싶다.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이나 같은 투자 시장인데, 왜 적용되는 법 잣대는 달라야 하느냐고. 오히려 부동산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감안하면, 그 규제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매매 원칙과 공정성이 지켜져야 광의의 자산이라는 의미에서, 부동산 시장을 주식 시장과 같은 잣대로 봐야 한다. 부동산도 주식처럼 1000만 원을 벌어도 그것이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로 번 부당이득일 경우, 처벌하면 투기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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