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왈가왈부] 2005년 ‘견실한’과 2017년 ‘견실한’ 그 간극만큼 아쉬운 금통위

입력 2017-07-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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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동결하고 통화정책방향(통방)을 밝히면서 이같이 기술했다. 이는 지난달 ‘성장세가 확대된 것’이라는 문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견실한’이란 문구가 과거 강력한 긴축 시그널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실제 2005년말부터 2006년 여름까지 총 다섯 번에 걸친 금리인상 시기에 이 문구는 그런 힘을 발휘한 바 있다. 2005년 10월 당시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25bp 인상하면서 ‘견실한’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당시 인상은 2003년 4.25%에서 2004년 3.25%까지 인하 사이클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었다.

이후 2006년 8월까지 견실한 이라는 표현은 총 8번에 걸쳐 통방에 나온다. ‘민간소비’에 대한 ‘견실한 회복세’ 표현이 3번, ‘수출’에 대한 ‘견실한 증가세 내지 신장세’가 5번이다. 그리고 2006년 2월엔 ‘견실한’과 유사해 보이는 ‘견조한’이라는 문구로 잠시 변경하면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이달 통방에서 ‘견실한’에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정책기조를 바꿀 시그널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올 1분기 높은 성장세와 2분기 양호한 성장 흐름을 표현한 것이라며 그 의미를 희석했다.

이 총재 취임 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그널링 기능은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는 판단이다. ‘GDP갭 마이너스’ 내지 ‘마이너스 GDP갭’에 대한 표현이 그랬고, 한달사이 ‘위축’과 ‘개선’을 넘나드는 심리에 대한 표현도 사실상 조변석개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주체들은 한은에 대한 신뢰감을 잃었다. 13일 금통위도 따지고 보면 꽤나 매파적인 시그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자넷 옐런 미 연준(Fed) 의장의 의회청문회 비둘기 발언에 더 연동했다.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연준과 한은을 단순비교할 순 없겠지만 이 총재와 몇몇 금통위원들이 말한 바 있는 우리의 통화정책은 우리의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는 취지 또한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 총재 취임 무렵인 2014년 4월10일 ‘[채권왈가왈부] 이주열총재 소통 친절 보단 권위’와 2015년 10월21일 ‘[채권왈가왈부] 통방의 가벼움 멀어진 소통 떨어진 권위① ②’ 시리즈를 통해 이 총재와 한은에 권위를 가져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내년 3월말로 퇴임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지금 다시 한 번 소통은 ‘권위’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통화정책 결정이 총재 임기와 연동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떨어진 권위를 되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총재에겐 8개월이란 시간과 다섯 번의 금리결정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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