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이제 중소벤처 지원과 규제를 줄이자

입력 2017-07-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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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중소 벤처 정책은 개별 지원에서 자율 생태계 형성으로 일대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정부는 특정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는 추격형 산업 육성을 해왔다. 그 결과 남들이 200년 걸린 1·2차 산업혁명을 30년 만에 따라잡는 놀라운 성과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정부 주도 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보기는 거의 힘들다. 경직된 깨알 같은 성과 관리는 유연성을 상실하여 현실과 괴리되었다. 개별 기업 지원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경직된 사전 규제와 사후 감사로 치닫게 되었다. 문제의 본질은 ‘산업은 복잡계로 변화했는데 정책은 과거 단순계 방식으로 임하는 것’에 있다.

구소련의 국가계획국은 빵에서 자동차까지 생산 전체를 계획했다. 계획을 통해 시장의 낭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결과가 공산주의의 붕괴로 이어졌다. 작금의 한국의 숱한 진흥 정책이 바로 구소련의 계획 경제와 완전히 동일하다. 스타트업은 창업 계획과 다른 사업 전환이 어렵다. 연구자들은 상황 변화로 불합리해진 연구비를 억지로 집행해야 한다. 연구비 반환도 어렵다. 집행률과 언론 보도 위주의 성과 지표 때문이다.

정부는 깨알 관리가 좋은 관리이고 계획 고수가 좋은 행정이라는 기존 관념을 버려야 한다. 지원하되 통제하지 않는 ‘팔길이의 법칙’을 준용해야 한다. 규제는 극소화하되 소수의 도덕적 해이는 일벌백계(一罰百戒)하라.

그런데 대표적 민간 자율 창업 정책인 TIPS제도가 검찰이 자행한 ‘민간 자율권의 수사’로 다시 관료화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의 지원과 규제 위주의 개별 기업 지원은 권력이다. 공무원의 힘은 규제와 지원 예산으로부터 나온다. 국회와 행정부의 선심 사업이 된다. 그런데 개별 지원은 레몬 마켓을 만든다. 사업모델이 국가 R&D연구인 기업들도 다수 있다는 것이 한국의 슬픈 현실이다. 이제 정부가 특정 사업을 지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 지원과 규제를 줄이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조급한 성과주의다. 당장의 지원은 꿀물과 같이 반짝 성과는 만드나 근본 체력을 강화시키지는 못한다.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확신이 있는 비전 리더만이 숫자 위주의 단기적 성과주의를 멈추고 장기적 생태계 형성을 추진한다. 위에서 숫자 위주 단기 성과를 요구하면 밑에서는 그 성과를 억지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관계자들의 자부심(自負心)도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체념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관리에 동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전체의 신뢰가 깨지기 시작한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는 개방만이 답이다. 생태계 전략의 핵심은 비전 리더와 개방 공유 참여이다.

이제는 개별 기업 지원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오픈소스를 통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클라우드를 통해서 지식의 연결을 강화하고 혁신 생태계로 중복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세 가지로 실리콘밸리는 평균 창업 비용을 1000분의 1로 줄였다. 오픈소스 생태계가 개별 R&D보다 강력한 혁신을 촉발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95%를 내가 만드는 대한민국과 5%만 만들면 되는 실리콘밸리의 경쟁력 차이는 자명하다. 클라우드로 지식을 공유하는 실리콘밸리와 클라우드를 강력히 규제하는 한국의 혁신 역량은 비교가 안 된다. 잘못된 국정원의 클라우드 규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틀어막고 있다. 개방 혁신 생태계는 혁신 주도 성장으로 가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 대학도 연구소도 공공기관도 개방은 흉내만 내고 있다. 개방으로 인한 이익이 불이익보다 커야 한다.

한국의 숱한 개별적 창업 지원과 규제 정책들은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킨다. 개별 지원과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고 정직한 실패를 지원하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의 목표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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