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억 원짜리 새 집을 “3년만 살고 팔겠다”는 입주자의 심정

입력 2017-06-27 11:02수정 2017-06-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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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효 정책사회부 기자

지방 신도시의 아파트 입주를 눈앞에 둔 지인은 마음이 편하질 않다. 입주를 위한 사전 점검에서 견본주택과 마감재가 다른 데다, 유격이 심한 창호 등 하자가 발견돼서이다.

지인과 같은 처지에 놓인 입주예정자들은 고조된 불만에도 단지의 이미지 실추와 집값 하락 걱정에 이를 공론화(公論化)하지 못하고 있다. 민원을 넣거나 건설사에 협상을 요구하는 등 해결에 안간힘을 쓰지만, 중견업체인 그 건설사는 좀처럼 협상테이블로 나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새 아파트를 장만해 들어간다는 꿈에 계약 당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지인은 예상치 못한 실망감에 3년만 살고 집을 팔아 치우기로 결심했다.

부실시공과 하자 등 시공 과정 분쟁은 대형 건설사도 예외가 아니다. 김포에 조성되는 한 단지는 시공능력에서 10위 안에 드는 대형사가 지어 올리는 아파트이지만, 입주민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겪어왔다. 인근 1차 단지보다 분양가가 비싼 데도 마감재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해서이다. 그나마 이곳은 입주예정자들의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수용됐지만,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8번의 회의를 가졌고, 건설사의 성의 없는 대응에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사실 2년 반가량에 걸쳐 고된 노동으로 쌓아올리는 공사가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순 없다. 분양가에 따라 마감재가 다른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시공이나 믿음을 깨는 등 기본을 지키지 않아 입주예정자들의 기대감을 부수는 일이 반복된다면,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후분양제로 가는 것만이 결국 답이다.

우리나라에서 집값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의 강남 4구에서만 볼 법한 10억 원대 중소형 아파트가 강북 도심권에 나타났고,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1000만 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집은 옷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꾸면 그만인 소비재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 ‘인생템(인생 최고의 아이템)’을 위해 은행의 노예가 되고, 누군가는 결혼을 포기한다. 서민들은 앞으로도 새 집으로 ‘내 집 마련’을 한다는 꿈에 젖어 비싼 값을 치르고 입주를 결심할 것이다.

집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건설사라면 적어도 입주예정자들에게 견본주택에서 내건 약속만큼은 지켜야 한다. 하자가 발생하면 성의 없는 행동 대신, 보수에 충실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의 설렘을 구기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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