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김상조, 케인스 가장 존경하는 시장개입주의 경제학자

입력 2017-06-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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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에서 경제검찰 수장 변신… “乙의 눈물 닦아주겠다” 취임 일성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달 1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정책방향과 관련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J노믹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를 실현할 최전선에 경제검찰로 일컫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수장에 오른 김상조 위원장은‘재벌 저격수’라는 수식어 답게 우리나라 재벌개혁 운동의 본거지인 경제개혁연대를 설립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김 위원장은 시민운동가가 아닌 경제검찰의 수장 자격으로 재벌 개혁을 주도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김 위원장이 임명된 순간, 재계의 긴장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은 일회적으로 몰아치기식 개혁은 안 된다’, ‘대기업 기업집단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재계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가 경제방향을 펼쳐야 한다’ 등의 다소 절제된 표현(?)으로 재계를 달랬다.

하지만, 재계는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상당한 변화를 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기업들의 반발로 해체된 공정위의 조사국 부활이 그렇다. 조사국이 12년 만에 다시 생기면 재벌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조사국을 통해 재계의 일감 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 재계 압박 강도 세진다 = 최근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정부의 바램이나 사회에 어긋나는 것을 계속 반복하는 기업들이 있다면 공정위를 비롯해 행정부가 갖고 있는 수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은 분명하다”라고 경고했다. 이는 그동안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등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스스로 개선하지 않을 땐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재계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규제 대상으로, 상장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3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상태다. 특히 김 후보자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반복되는 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가중 수준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임사에서 김 위원장이‘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내용 역시 궁극적으로 대기업의 압박 요인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대기업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 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것”이라며 “당연히 공정위는 피해를 구제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경제적 약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토대로 적극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을 관련부서에 지시했다.

이달 22일 공정위가 대규모 유통업체의 ‘갑(甲)질 행위’가 적발되면 지금보다 2배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현행 법 위반 금액의 30~70%에서 60~140%로 2배 인상했다. 판매 촉진(판촉)이나 인테리어 등의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거나 납품업체의 경영정보 등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 곳곳서 부는 김상조 효과 =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대기업들이 몸을 바짝 엎드린 것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 취임 직후 가격인상을 단행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인 BBQ는 공정위 현장조사가 이뤄지자 가격인상을 철회했다. 공정위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현장 조사에 놀란 BBQ가 긴급 회의를 열고 최근 올린 30개 치킨 제품 가격을 모두 원래 가격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 1위인 교촌치킨도 이달 말로 예정했던 치킨가격 인상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당초 교촌치킨은 가맹점 운영비용 상승을 이유로 들며 이달 말 모든 치킨 제품 가격을 평균 6∼7% 인상할 계획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의 이러한 조치가 김 위원장의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재계의 시계는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는 총수 일가의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S&C의 사업부분을 물적 분할해 지분의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향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50%를,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한화S&C는 국내 매출액 가운데 52% 정도인 2100억 원이 계열사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감 물아주기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화S&C와 함께 공정위 조사 대상에 있는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의 서영이앤티 역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진그룹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김 위원장의 정책방향이 구체화되는 오는 7월 말을 전후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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