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새 랜드마크 윌셔 그랜드 센터가 개관 뒷이야기

입력 2017-06-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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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항공)

1952년 탄생한 지하 3층, 지상 15층 크기의 소규모 호텔이, 2017년 6월 윌셔 그랜드 센터(Wilshire Grand Center)라는 L.A.의 랜드마크로 재탄생했다. 1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인 윌셔 그랜드 센터는, 공사 기간에는 1만1000여개 일자리 및 8000만 달러의 세수 효과를 얻은 바 있다. 윌셔 그랜드 센터가 오픈한 이후에는 1700여개의 일자리 및 L.A.시에 매년 1600만 달러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를 발생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한진그룹의 기여를 높이 평가한 L.A.시는 윌셔 그랜드 센터 완공 후 25년간 숙박료의 14% 상당을 부과하는 숙박세(TOT, Transient Occupancy Tax)를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한진그룹의 투자에 화답했다. 이에 따라 향후 6000만달러의 세금이 면제될 예정이다.

이 같이 L.A.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게 될 윌셔 그랜드 센터가 L.A. 지역 관광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자, 윌셔 그랜드 센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완공해 성공적인 개관까지 진행 되었는지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 격조 높은 L.A.의 아이콘... 변화의 요구 앞에 서다

L.A.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게 된 윌셔 그랜드 센터는 1952년 개관한 스테틀러(Statler) 호텔이 전신이다. 전 미국대통령인 존 F. 케네디와 아이젠하워의 방문으로 L.A.의 아이콘이 된 이 호텔은, 1983년부터 힐튼(Hilton) 호텔로 운영되다가 1989년 대한항공에 인수됐다. 이후 옴니(Omni) 호텔이란 이름을 거치면서, 글로벌 명품 항공사로서의 대한항공 색채와 수십 년간 축적된 글로벌 체인 호텔의 경영노하우가 더해져 1999년 ‘윌셔 그랜드 호텔(Wilshire Grand Hotel)’이 탄생했다.

윌셔 그랜드 호텔은 3300평 부지에 896개의 객실을 갖춘 품격 높은 호텔이었다. 특히 L.A.의 금융, 문화, 예술의 중심부에 위치한 뛰어난 입지와 고품격 서비스를 토대로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렇지만 수 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친 호텔 내부와는 달리 외관의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주변 건물에 비해 층수가 낮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호텔에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막대한 금액이 들어갈 사업을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당시 L.A. 지역 경제 또한 활황세에 있던 것도 아닌, 침체기였다.

■ 조양호 회장의 결단, L.A.의 새로운 랜드마크 재탄생의 중요한 순간

조양호 회장도 “모든 사람이 윌셔 그랜드 호텔에 더 이상 투자 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 동안 윌셔 그랜드 호텔을 4성급 이상으로 변모시키려고 수천만불을 투자했지만, 뚜렷한 성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를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L.A.는 조양호 회장에게는 제 2의 고향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미국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남가주대(USC)에서 경영학 석사를 전공한 터라, L.A. 지역의 인맥도 풍부했다. 게다가 글로벌 항공사의 최고경영자로서 글로벌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혜안도 갖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조양호 회장은 향후 L.A. 지역을 중심으로 컨벤션, 관광 산업 등이 활성화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윌셔 그랜드 호텔을 전면 재개발하기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윌셔 그랜드 호텔 재개발을 맡은 AC마틴(AC Martin)사(社)에서 6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조양호 회장은 윌셔 그랜드 호텔의 개발이 L.A.에 대한 헌신인 동시에, 경기 침체인 당시가 바로 개발의 적기라고 판단해 윌셔 그랜드 호텔 신축 프로젝트를 과감히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한진그룹은 2009년 4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 유서 깊은 호텔을 로스엔젤레스의 화려한 랜드마크로 재개발하기로 공표하게 됐다. 이후 2년 간의 사업승인 기간을 거쳐 마침내 2011년 3월 LA시로부터 사업 인허가를 취득했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는 곧 난항을 겪었다. 45층짜리 호텔 건물과 65층짜리 오피스 건물 두 개로 나눠 재건축한다는 처음의 계획이 경기 침체에 따른 오피스 수요 급감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한 것. 하지만 핵심적 가치와 전문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판단 아래, 두 건물을 하나로 합쳐 오피스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2년 4월 73층 규모에 900개의 호텔 룸과 40만 스퀘어 피트 규모의 오피스 공간으로 이뤄진 호텔의 디자인을 내놓게 됐다.

■ 콘크리트 타설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현지 유력매체에서도 관심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는 2014년 2월 건물 구조물 공사에 본격 착수하는 의미의 콘크리트 타설 행사(Grand Mat Pour)로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 낸다.

2014년 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윌셔 그랜드 호텔 프로젝트 부지에 투입된 콘크리트의 무게가 총 8200만 파운드(약 4만2930톤)로 레미콘 2120대 분량에 달한 것.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속 콘크리트 타설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콘크리트 타설은 지어질 건물의 구조를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 진행하는 기초 작업인데, 이와 같이 대량의 콘크리트를 일시에 타설하면 균일하게 콘크리트를 굳힐 수 있어 균열을 방지하고 구조를 튼튼하게 다질 수 있기 때문. 또한 2개월까지 소요 예상되는 콘크리트 양생 또한 2주로 대폭 줄여 공기를 단축해 효율성까지 담보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3월에는 건물을 세울 때 외부 공사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내부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치르는 행사인 상량식도 가졌다. 윌셔 그랜드 호텔 공사의 콘크리트 외관 작업을 완료한 후 호텔 옥상인 73층에 대형 크레인으로 철제 구조물을 설치한 것. 같은 해 9월에는 첨탑을 올리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로써 73층 826피트(약 252미터)이던 높이가 1099피트(약 335미터)로 높아져 미 서부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자리매김했다.

현지 유력매체들도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2016년 3월에는 미국 유력 매체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즈(Los Angeles Times)는 상량식과 관련된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는 윌셔 그랜드 호텔 프로젝트 건축에 참여하고 있는 은퇴를 앞 둔 크레인 담당자를 비롯한 다양한 현장 관계자들의 눈으로 바라 본 현장감 있는 상량식 행사 모습과 그 간의 기억, 그리고 의미를 다뤘다. 이와 함께 어마어마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작업을 일상처럼 해 내고 있는 모습들도 덤덤히 소개했다.

특히 은퇴를 바라보고 있는 크레인 담당자가 세월이 흐른 뒤 손자 손녀를 데리고 본인이 만든 건물임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비롯해, 함께 이 프로젝트를 위해 크레인을 조작하다가 뇌종양으로 작년에 운명을 달리 한 동료를 떠올리기 위해 동료의 생전 모습과 목소리가 담겨 있는 비디오를 틀어두고 마치 함께 하듯 상량식 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을 그리는 등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현장에서의 소회 또한 그렸다.

현지 유력매체들이 윌셔 그랜드 호텔 프로젝트를 조망하는 이유는 윌셔 그랜드 호텔이 로스앤젤레스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었다.

(사진= 대한항공)

■ L.A.시의 랜드마크로 새롭게 개관... 완전(Perfection)은 없다, 지속적인 변화 꾀할 것

드디어 2017년 6월 23일 윌셔 그랜드 호텔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윌셔 그랜드 센터의 개관식이 열렸다. L.A.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L.A.의 랜드마크가 될 아이콘의 새로운 탄생이었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최첨단 건축 공법이 동원되어, ‘좌굴방지가새(BRB, Buckling Restrained Braces)’ 공법을 적용해 진도 8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친환경 건물인증 ‘리드’(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도 취득하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호텔의 철학도 담겨 있다.

최상층과 오피스 공간 사이에는 900 객실의 럭셔리 호텔이 자리잡았다. 저층부에는 7층 규모의 상업공간 및 컨벤션 시설, 그리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3만7000㎡ 규모의 오피스로 이뤄졌다. 게다가 70층에 위치한 로비는 투숙객들에게 L.A.시 금융 중심가의 스카이라인과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하면서 체크인을 하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또한 객실에는 개폐식 창문을 장착해 투숙객들이 L.A.시의 환상적인 날씨도 만끽할 수 있다.

조양호 회장은 이 날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식에서 법정스님의 말씀을 꺼내며, 윌셔 그랜드 센터의 지속적인 변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조양호 회장은 “모든 사람들이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가 위치와 디자인에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고 하는데 이에 만족할 수 없다”며 “법정스님께서는 불가에서는 완전이란 없으며 진정한 완전이란 완전한 상태에서 머물지 않는다고 언급하셨고, 또한 완전이란 이미 이뤄진 상태가 아닌 시시각각 새로운 창조라고 말하셨다”라고 말하며 이후에도 시시각각 완전을 위해 변화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개관 이후에도 계속 변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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