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잡담] 박명수의 N행시 vs 자유한국당 5행시

입력 2017-06-23 11:58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출처= MBC '무한도전')

거성, 서래마을 사랑꾼, EDM 장인을 잇는 개그맨 박명수의 또 다른 별명은 ‘N행시 천재’입니다.

필: 필리핀
라: 라오스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델: 델리운전(?)을 하다가 경찰을 만나면
피: 피해!
아: 아저씨 이번 한 번만 봐줘요

북: 북쪽에 계신
아: 아름다운
메: 메리메리
리: 리얼
카: 카인드니스 여러분

영혼의 흐름대로 지르는(?) ‘無근본 5행시’부터 지난 2015년 ‘제42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무한도전이 대상을 차지한 후에는 수상소감으로 ‘대상’ 2행시를 즉흥으로 지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죠.

대: 대상을 받았습니다.
상: 상만 주나요?

스스로를 2행시, 3행시를 유행시킨 사람이라고 자신한 박명수는 “행시에도 등급이 있다”라며 “2행시는 일반인이 하는 것이며 연예인이라면 그 이상을 도전해야 한다”, “5행시는 쉽지 않은 행시다. 몽롱한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찌릿’할 때 5행시가 완성된다”라면서 남다른 ‘행시 이론’을 주장하기도 했죠.

그런데, 약 1만5000여 명의 네티즌들이 ‘N행시 천재’ 박명수조차 어렵다는 5행시 실력을 뽐냈습니다. 그것도 유머와 촌철살인 일침을 적절히 섞어서 말이죠.

(출처= 자유한국당 페이스북)

바로 자유한국당의 5행시 이벤트에서입니다.

자유한국당 공식 페이스북은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제2차 전당대회 개최를 기념해 5행시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으로 5행시를 지어 해당 이벤트 게시글에 댓글을 달면 되는 거죠.

이벤트 시작 이후 23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댓글이 약 1만5000개가 달리는 등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폭발적이었던 게 문제죠.

자유한국당이 상상한 훈훈하고 따뜻한 응원의 5행시는 극히 일부, ‘이때다’ 싶은 네티즌들의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5행시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못 본 채 5행시 이벤트를 자신 있게 기획한 자유한국당에 대한 조롱부터

자: 자신있게 시작한
유: 유치찬란 오행시 이벤트
한: 한 개도 한국당 칭찬하는 시가 없네
국: 국민한테 이만큼이나 밉보였는데
당: 당최 한국당은 해체 말고는 답이 없구나.

자: 자폭하네. 지금 지지율
유: 유지하는 것도 벅찰 텐데
한: 한심하게 오행시 이벤트나 하다니
국: 국민 민생부터 챙겨라
당: 당첨자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자: 자기 스스로도 창피하죠?
유: 유치한 거 알고 하는 거죠?
한: 한번 미친 척 해보는 거죠?
국: 국민이 아직도 우습죠?
당: 당장 멈춰도 늦은 거 알죠?

깜짝 반전 5행시와

자: 자랑스러운 정당
유: 유일하게 지켜주고 싶은 정당
한: 평생 함께할 정당
국: 국민과 소통하는 정당
당: 당신들 얘기는 아닌 건 알겠지?

자: 자국민을 누구보다도 위하고
유: 유려한 언변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며
한: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국: 국민만을 보며 열심히 일해주시는
당: 당당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문재인!

자: 자유한국당의 훌륭한 의원 여러분
유: 유약하게 보이지 않게 굳은 신념으로
한: 한마음으로 똘똘뭉쳐
국: 국가만을 생각하는 애국의 걸음으로
당: 당당하게 의원직 총사퇴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십시오!

따끔한 일침까지.

자: 자연스럽게 자는 모습 1등
유: 유치하게 반대하기 1등
한: 한심하게 국가 망치기 1등
국: 국민 속 터지게 하기 1등
당: 당당하게 받아가세요 1등 선물, 빅엿!

자: 자 이제 곧 지방선거가 다가옵니다
유: 유세현장에서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한: 한 번 거짓말 해봤는데 두 번 세 번은 못할까요?
국: 국민은 다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당신들을 심판할 겁니다. 지켜보세요.

자: 자식 잃은 부모와
유: 유가족에게
한: 한 일들을
국: 국민은 기억합니다
당: 당신들도 알고 있지요?

이벤트 기획자의 안위까지 걱정되는 자유한국당 5행시 대참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SNS 등에서 캡처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N행시 천재’ , 'N행시 달인'으로 불리는 박명수는 이를 통해 개그맨으로서의 끼와 순발력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그를 인정받게 만드는 계기가 된 셈이죠. 박명수의 행시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면 자유한국당 5행시는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둘 다 웃음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네요.

그러나 보면 볼 수록 네티즌의 자유한국당 5행시는 ‘신박한’, 재미있는 ‘드립’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내용과 일침들이 가득합니다. 국민들의 5행시 속에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유한국당이 반성하고 가야할 길이 있을 겁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