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마음까지 병든 20대 청춘들

입력 2017-06-2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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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대한민국의 청춘은 고달프다. 대학 때는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에 지치고, 졸업 후에는 취업준비생으로 청춘을 소모하기 일쑤이다. 외국어, 인턴, 어학연수, 사회봉사 등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인 20대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래서인지 막연한 불안감과 취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민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대 청년이 가장 우울한 세대로 꼽혔다. 만 18~29세 남성의 경우 우울증을 겪은 비율은 3.1%로, 성인 남성 1.1%의 3배에 가까웠다. 청년 여성의 경우는 2.9%로, 전체 연령대의 여성 중 가장 높았다.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경쟁 문화와 환경도 한몫한다.

한 취업포털 설문조사에서 취준생 10명 중 8명은 무기력증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준생 95.7%는 취업 준비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데 귀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이명(耳鳴)을 경험한 취준생도 10명 중 7명에 달했다.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경쟁사회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 번듯한 일자리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취업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은 탈락으로 인한 좌절이 반복돼 정신적인 고통이 크지만, 이를 돌볼 여유조차 없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20대 환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3년 1만2545명에서 2014년 1만2638명으로 증가하더니 2015년에는 1만3824명이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병력이 남을 것을 우려해 병원 대신 타인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민간심리센터를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민간센터는 추상적인 조언에 그쳐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은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적기에 치료해야 한다”며 전문의를 찾아 상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조언했다.

신체적인 질병에 비해 증상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인 질병의 경우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더 큰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 이유 없이 화가 나는 것이 심해지면 우울증이 생기거나 반사회적 성향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도 있다.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취업 절벽’은 분명히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청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사회복지 지원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다각적으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가 성장이고, 복지이자,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 청년실업자는 100만 명을 넘었고, 이들의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청년실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지만, 정작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 늦기 전에 취준생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지한 논의와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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