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또 벼랑끝 전술..."상표권 거부" 전면전 배경은

입력 2017-06-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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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상표권 사용 조건을 기존대로 고수한 배경은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더블스타타이어(이하 더블스타)의 딜 드롭(인수 포기)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박 회장에게 일말의 기회가 생긴다. 또 금호타이어가 압박 수단으로 내세둔 금호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는 절차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과 박 회장 측이 강경 태도를 유지할 경우 채권단의 내부 분열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해야 박삼구에게 기회가= 금호산업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타 기업의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한 시장가치, 금호아시아나그룹 외 타 회사에 대한 상표권 부여로 인한 유지, 관리, 통제 비용 증가 및 향후 20년 간 독점적 상표 사용 보장 등을 고려해 조건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19일 이사회에서도 '금호' 브랜드 및 기업 가치가 훼손된다는 명분을 들어 사용요율 0.5%·독점적 사용·해지 불가 등의 조건을 고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료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법인이 매출액의 1%를 내고 있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합리적인 요율을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더블스타의 딜 드롭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박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 행위에 나설 수 없으니,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해야한다.

만약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협의한 사용 조건(사용요율 0.2%)을 받아들이면 금호타이어 매각이 절차대로 진행되어 경영권이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 사용요율 0.5%를 고수하면 더블스타가 매매계약(SPA) 상 합의한 가격과 다르다는 이유로 매각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IB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조건을 받지 못 할 것을 알고 사용요율 0.5%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하면 박 회장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유동성 위기는 곧 채권단의 위기=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압박에도 강수를 둔 것은 일단 3개월의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번주에 1조3000억 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 연장(3개월)을 결의한다. 더블스타와의 주식매매계약(SPA) 상 거래 종료 기한이 9월 말까지이므로 금호타이어 차입금 만기 연장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더블스타가 9월 안에 인수를 포기할 경우다.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의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꺼내든 경영권 박탈, 금호홀딩스 지분 매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 압박 카드에 한계가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9월 안에 인수를 포기하면 매각이 무산되고, 채권단이 다시 모여 후속 조치를 논의해야한다”며 “산업은행은 담보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은행도 있어 매각이 무산될 경우 각 은행마다 판단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금호홀딩스 지분 매각은 매각이 무산된다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담보권 실행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해야한다. 금호타이어가 차입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해야 채권단이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기 직전 경영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금호타이어 경영 악화를 만회할 복안에 대해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며 “그런 이야기를 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금호타이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잠시 침묵을 이어갔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기존안을 고수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완전히 안갯속으로 빠졌다”며 “채권단도 고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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