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vs. EU, 세기의 협상 개시…핵심 쟁점은 ‘이혼합의금’

입력 2017-06-20 09:01수정 2017-06-20 10:28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데이비드 데이비스(왼쪽) 영국 브렉시트 장관과 미셸 바르니에 EU측 협상대표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양측은 이혼합의금 등 3가지 최우선 협상 과제 선정에 합의했다. 사진=AP뉴시스

유럽연합(EU)과 영국 정부가 19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테이블에서 공식적으로 마주앉게 됐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약 1년 만에 세기의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양측은 이날 벨기에 EU 본부에서 만나 7시간여 동안 마라톤협상을 벌여 우선협상 의제와 협상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 앞으로 브렉시트 협상은 매달 일주일간 회의를 열어 진행하기로 했다. EU와 영국 정부는 통상 문제 협상에 앞서 ‘이혼 합의금’으로 불리는 영국의 EU 분담금 등을 먼저 정리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영국에 사는 300만 명의 EU 회원국 국민과 EU 국가에 거주하는 100만 명의 영국 국민의 법적 권리,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 등 총 3가지를 최우선 협상 과제로 선정했다.

이혼합의금과 같은 EU 탈퇴조건을 먼저 정리하자는 EU 측의 요구를 영국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그간 영국 정부는 EU 탈퇴조건 협상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 설정을 위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EU 측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첫 협상은 유용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국 측 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 장관은 “우리 앞에 많은 도전이 있지만, 양측이 전도유망한 출발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와 가디언은 협상 첫날부터 영국이 EU 측에 말려들었다며 비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데이비스 장관은 EU 측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협상 자체가 조기에 무너질 수 있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취재진이 이날 협상에서 포지션 상의 약점이 상대 측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데이비스 장관은 “협상의 시작보다 어떻게 협상을 끝내는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이혼합의금 문제가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영국이 2020년까지 약속했던 재정 기여금 등을 납부해야 한다며 그 액수로 최대 1000억 유로(약 125조 원)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EU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데이비스 장관은 지난달 말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 측이 1000억 유로의 이혼합의금 요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브렉시트 협상을 관둘 것이라고 선전포고 했다. EU 측은 이날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양보를 하거나 양보를 요구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첫 협상 결과를 놓고 테리사 메이 정권의 하드 브렉시트 전략이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최근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EU 단일 시장에 접근권을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 장관은 이날 EU 단일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하드 브렉시트 노선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은 탈퇴 방침을 통보한 지 2년 후인 오는 2019년 3월 30일 EU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양측은 앞으로 649일 동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양측이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면 영국은 자동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잃게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