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단상

입력 2017-06-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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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에서 기업고객팀 과장으로 근무하는 나는 여느 날처럼 창구를 찾아온 고객에게 요구르트 하나를 권했다. 서로의 일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10년 뒤에 은행원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데 진짜냐”는 고객님의 물음에 “설마요…. 하긴…”이라고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내가 처음 입사했던 10년 전, 최고의 화두(話頭) 중 하나는 인터넷뱅킹 시장의 선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뱅킹앱에서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가능하고 심지어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4차 산업혁명, 핀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을 대변하는 용어와 기사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지난달 인터넷은행까지 출범하며 기존 은행의 역할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기계와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고 화나고 즐거웠던 나의 10년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지나가던 길에 들렀다며 간식거리를 챙겨 주시던 할머니, 상사에게 혼이 났다며 창구에 앉아 펑펑 울고 갔던 거래업체 신입직원, 대출금 덕분에 고비를 잘 넘겼다며 수차례 감사의 말을 하던 노신사(老紳士) 사장님…. 이상하게 지나간 일은 모두 따뜻하게 기억된다.

금융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종종 선배들에게서 듣던 주판 튕기던 시절의 은행 업무 이야기처럼, 훗날 후배들에게 “우리 때는 대출 상담과 상품 가입도 창구에서 직접하고, 10만 원을 송금하려고 은행을 찾는 분들도 많았다”고 늘어놓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런 무용담이라도 늘어놓으려면 사라지지 않는 은행원이 되기 위해 어제 신청할까 망설였던 빅데이터 과정 연수라도 바로 신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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