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대통령과 골프산업

입력 2017-06-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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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골프 대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골프계는 몸살을 앓는다. 대통령의 골프관에 따라 골프 산업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의 골프계는 어떨까. ‘희망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문 대통령은 골프보다는 등산을 즐긴다.

한 골프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서울의 한 피팅센터에서 노 대통령의 골프클럽을 사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골프 산업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골프에 대해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관과 골프 산업은 어떻게 변했을까.

보기플레이 수준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골프에 대한 애착이 강해 안양CC에서 국무총리배, 대법원장배 등 크고 작은 경기가 매년 열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청와대를 빠져나와 골프장을 찾아 9홀을 돌고 측근들과 술잔을 나눴다. 이때 육영수 여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함께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뒤 홀을 하나씩 비우게 하고 라운딩을 해 ‘대통령 골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 골프를 가장 좋아했다. 청와대 안에 골프연습장을 만들었을 정도이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하며 한국 최초의 해외 순방 골프를 펼치기도 했다. 이때가 골프 산업의 해빙기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골프 산업이 황금기를 맞았다. 체육부 장관을 지낸 탓인지 골프에 애착이 남달랐다. 1988년 청와대로 입성하면서 골프연습장을 틈만 나면 찾았다. 골프장 인허가권을 청와대 내인가에서 시·도지사로 위임해 골프장 건설 붐에 불을 붙였다. 6공 시절 당시에 인허가를 받은 골프장만 139개소. ‘6공은 골프공화국’이란 말이 나왔다.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불(不)골프’를 선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 그의 재임 기간은 ‘골프계의 암흑기’였다. 1993년 “임기 중에는 골프장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청와대에 있던 연습장도 철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의 ‘해빙기’를 가져다줬다. 골프를 안 했지만 골프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야당 총재 시절에는 “골프장을 없애 논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부정적인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임 기간에는 오히려 매우 우호적이었다. 1999년 인천체전 공개 행사에서 ‘골프 대중화’를 선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지령’에 묶여 속앓이를 했던 골프계는 ‘골프 광복일’이라는 담화까지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 도장만 780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규제 완화 조치를 취했고, ‘반값 골프장’ 대책까지 발표하며 골프장 건설의 붐을 주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인 2000년 본격적으로 프로에게 레슨을 받으며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골프는 참 재미있는 운동”이라며 골프 예찬론을 폈다. 2003년에는 인도, 뉴질랜드 등 9개국 대사들과의 라운딩을 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재임 시절에 골프를 자주 즐겼지만 예찬론자는 아니었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계열사 임원들과 주로 라운딩을 했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건강 관리를 위해 테니스에 열중했다. 대통령 시절에는 골프 산업이 크게 활황기를 맞고도 골프장과 관련된 중과세는 그대로 남아 골프 발전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프레지던츠컵 명예의장을 맡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며 골프계는 다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취임 초 “바쁘셔서 그럴(골프를 할)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했다가 3년 뒤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공무원의 골프 금지령을 풀어주는 발언을 했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여성 골프모임 ‘월요비’ 회원 100여 명이 골프장에 모여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골프 선수층 확대를 위한 골프교실 개설과 세제 감면 등을 통해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자”며 “문 후보와 함께 새로운 골프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했던 바람이 이루어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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