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왜 오르나

입력 2017-05-31 07:00수정 2017-06-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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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등 각종 개발 호재에다 튼튼한 은퇴자 수요기반 덕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한다. 큰 돈을 움직이는 투기세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어 돈이 주택으로 몰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최근 들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한 시각이다.

정확한 이유를 진단하기 어렵지만 요즘 주택시장에 구매수요가 몰리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구매 수요가 풍성하다는 점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오히려 구매력이 감축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주택수요는 샘물이 솟던 생성되고 있으니 그 연유가 사뭇 궁금하다.

정부는 지난해 청약 1순위 자격을 대폭 축소하는가 하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규정도 강화했다. 너무 달아 오른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 놓은 처방이 '11.3 대책'이다.

게다가 은행 대출 기준도 매달 이자만 내던 방식에서 원금도 함께 갚아 나가는 원금 분할 상환제로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 가수요가 사라질 수밖에 없고 실수요자라도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하면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주택 구매를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웬만한 아파트는 당첨되면 수천 만원에서 억대의 웃돈이 붙었다. 이를 노리는 수많은 가수요가 몰려드는 바람에 청약 경쟁은 극도로 치열했다.

높은 경쟁률은 분양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청약대열에 합류하게 만드는 묘한 심리를 만들어

낸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으니 하루빨리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한다는 소리다.

이쯤 되면 주택가격은 폭등세로 치닫게 마련이고 정부는 집값 억제를 위한 묘수 찾기에 분주해진다. 정부가 내 놓은 규제들이 그렇 듯 ‘11.3 대책’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 규제책이 나오면서 시장은 위축기류에 휩싸였다. 게다가 공급과잉 쓰나미 징후가 옆보이는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악영향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주택시장의 냉각은 불가피한 처지였다.

그런데 웬걸. 시장은 오히려 반대로 흘러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울의 집값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신규 아파트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달 사이에 무려 1억원 가량 오르기도 했다.

이재에 밝은 수요자는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 집을 사려고 덤벼든다.

올해 초만 해도 냉기류가 역력했던 주택시장이 갑작스럽게 활황 장세로 바뀌었으니 비관론자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질 수밖에 더 있겠나.

그렇다면 이런 장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듯 싶다.

그 이유는 우선 주택시장이 과열되면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게다. 냉각카드를 꺼내들어 열기를 식히려 들 것이라는 소리다. 물론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규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집값이 더 뛰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앞으로는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이 낮다. 문재인 정부는 그 이유를 잘 알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그 다음은 공급과잉 여파다. 서울은 계속적인 재건축으로 오히려 주택부족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빈집이 수두룩해질 게 뻔하다. 최근 2년 동안 아파트만 100만 가구가 넘게 분양됐으니 이들 물량이 본격적으로 입주를 맞게 되면 시장 상황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다음은 신규 아파트에 대한 대출금 분할 상환제의 부담이 입주 후 1년 뒤부터 나타나게 된다. 1년 거치기간이 지나면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소리다.

대출액이 2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10년 분할 상환조건일 경우 한 달에 17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웬만한 봉급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액수다.

결국 수요 감퇴로 인해 상승 장세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금까지는 자금력이 큰 은퇴자들이 주택시장을 떠받히는 형국이었지만 금리가 오르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생기면 이마저도 힘을 잃고 만다.

그러나 서울 주요지역은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에다 각종 개발 정책이 쏟아지고 있으니 상승 무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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