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시진핑, ‘100일 계획’동상이몽…‘가시적 성과’ 여부 놓고 견해차

입력 2017-04-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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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이른바 ‘100일 계획’에 합의했지만 계획 실행을 놓고 양측의 의견차가 상당하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측은 100일 이내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는 입장이지만 중국 측은 100일 이내 양자간 투자협정(BIT) 논의를 재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즉 미국에 대한 투자를 통해 무역불균형 논란을 해소 시킨다는 전략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의‘100일 계획’ 은 “100일 안에 손에 잡힐 만한 결과”를 도출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100일 이내로 미국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를 “아주 현저히”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시 주석은 100일 계획에서 양자간 투자협정(BIT)과 관련한 논의 재개 방안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이 기간 내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보다는 양자 간 투자와 관련한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국영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쑹훙 수석 연구원은 “두 나라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는 빠르게 무언가 결과가 나오길 원하는 반면 중국은 실질적인 결과가 도출되려면 수년이 걸리는 BIT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100일 계획은 중국 측이 시 주석이 방미 길에 오르기 전 미국 측에 먼저 제안한 것이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 13일 국영 CGTN 방송에서 100일 계획은 양국 간의 견고한 관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자는 의도였으며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해결하기 쉬운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슈는 계속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뉴시스

그렇다면, 양국 정상이 생각하는 100일 계획의 시간차가 이렇게 큰 이유는 무엇일까. 블룸버그통신은 의식해야 할 유권자의 여부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4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거듭 강조해왔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부터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절하했고 그 결과 대중무역적자가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환율조작국이라는 카드를 포기했다. 그러나 트럼프로서는 대표적인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는 중국을 거세게 비판하면서 쇠락한 공업지대의 표심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즉 환율조작국 카드를 포기한 대신 100일 계획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 표심 유지를 하려는 것이다. 반면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는 유권자를 의식하거나 걱정할 이유가 없다. 즉 과시적인 성과에 대한 부담감의 차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다만 시 주석도 올가을 당 지도부 물갈이를 앞두고 일련의 투자를 통해 경제 개혁을 가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측이 제안한 BIT 논의 재개 카드가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BIT 재개는 중국 측이 지난해 3470억 달러(약 396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신속하게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중간 BIT 협상은 거의 10년 가까이 지지부진 했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윌리엄 자리트 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처한 제한적인 중국시장 접근성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무역적자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리트 회장은 의미 있는 BIT가 되려면 ‘네거티브 리스트’에 진전이 있어야 하며 이는 중국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리스트란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 분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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