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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이해와 준비의 필요성
입력 2017-04-19 10:41
부광득 법무법인 태평양 가업승계-가사소송팀 변호사

80세인 A 씨에게는 10억 원 정도 되는 서울의 아파트, 노후 대비용으로 마련한 매월 200만 원의 월세 수입이 나오는 5억 원 정도의 상가, 2억 원 정도의 주식, 3억 원 정도의 현금이 있다. 아내는 5년 전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

A 씨는 몇 년 전부터 부쩍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 치매인지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 보니, 초기 치매라고 한다. 자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니, 장남이 A 씨를 모시겠다고 한다. 이렇게 A 씨는 장남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A 씨의 치매 증상은 점점 악화했고, 급기야 혼자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장남은 A 씨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A 씨의 현금을 함부로 인출하였다. 딸과 차남은 장남에게 A 씨의 상태가 어떤지, A 씨의 재산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장남은 A 씨가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고, A 씨의 재산은 A 씨의 부양을 위해서만 쓰고 있다면서 동생들이 A 씨를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런데 딸과 차남이 알아보니, 장남이 A 씨의 아파트와 상가를 부동산중개인에게 팔아 달라고 내놓은 상태였다. 딸과 차남은 A 씨에 대한 성년후견인 선임을 신청하였고, 결국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어 장남이 A 씨의 아파트와 상가를 함부로 처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실제 필자가 최근 많이 접하고 있는 성년후견인 선임 사건의 한 사례이다. 위 사안의 경우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어 장남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장남은 A 씨에게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자기 마음대로 A 씨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A 씨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법원은 A 씨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성년후견인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해야 하는데, 장남은 감정할 경우 성년후견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감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현행법상 감정을 강제로 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성년후견인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성년후견인 선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누가 성년후견인이 될 것인지도 문제이다. 위 사안의 경우 장남은 자신이 A 씨를 계속 모셔왔기 때문에 자신이 성년후견인이 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고, 딸과 차남은 장남이 A 씨의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는 등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성년후견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보통 변호사 같은 전문가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하고 있다.

이처럼 성년후견인 선임과 관련하여 다양한 법률적, 현실적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필자는 임의후견이 성년후견인 선임과 관련한 문제를 대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의후견이란 자신이 나중에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다른 자에게 자신의 재산 관리 등을 맡기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해진 상태에서 후견 계약을 체결할 경우 후견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미리 후견 계약을 준비해 둘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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