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혼하이, 애플 굴레에서 벗어나기 박차…샤프 TV에 올인

입력 2017-04-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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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배인 1000만 대 TV 판매 목표…도시바 반도체 메모리 사업 인수 추진도 TV 경쟁력 강화 일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중국 폭스콘 모회사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 애플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혼하이가 자체 브랜드로 펼치는 사업이 성공할지 여부다. 이를 위해 혼하이는 지난해 인수했던 일본 샤프의 TV사업을 회생시키려 한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혼하이가 지난해 샤프를 인수한 것은 회사를 위탁생산업체에서 자체 브랜드와 제품 라인을 갖춘 강자로 키우려는 전략을 위한 첫 번째 큰 행보였다. 이제 혼하이는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 인수에 270억 달러(약 30조7962억 원)라는 가격을 써냈다. 그만큼 혼하이가 자립에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샤프에 이어 도시바 사업까지 사들이려는 배경에는 궈타이밍 회장의 오랜 염원이 담겨 있다. 궈 회장은 “혼하이가 100년 기업으로 생존하려면 자체 제품과 브랜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혼하이 매출의 핵심인 아이폰 판매가 지난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애널리스트들도 이런 자립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막강한 경쟁자와 맞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혼하이가 도시바 사업 인수에 성공하면 샤프 TV와 기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자체 조달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전략적 자산인 메모리 사업이 중국과 밀접한 혼하이 품 안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어 인수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혼하이는 한때 가전제품의 명품 취급을 받았던 샤프 브랜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 소재 브랜드 컨설팅업체 DDG의 마크 스토커 전무이사는 “샤프 브랜드는 한때 서구권과 아시아에서 리더 위치였으나 이제는 빛을 잃었다”며 “소비자들은 더는 샤프를 고려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에릭 치오우 트렌드포스위츠뷰 선임 리서치 이사는 “샤프의 지난해 글로벌 TV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며 “이는 중국 브랜드인 하이센스, TCL보다도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제품 전문 소매업체 쑤닝의 한 베이징 매장에서도 혼하이가 직면한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매장에서 샤프 TV는 맨 뒷자리로 밀려나 있었다. 한 판매원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중국 브랜드 또는 곡면 스크린을 갖춘 고가 모델 둘 중의 하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혼하이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혼하이는 올해 TV 판매 목표치를 1000만 대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의 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 하이센스가 미국에서 샤프 브랜드 TV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혼하이는 중국 TV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현지 TV쇼를 후원하고 곳곳에 광고판을 내걸고 있으며 TV광고도 쏘고 있다. 혼하이의 프레디 위안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우리는 젊은 소비자들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또 매월 새로운 샤프TV를 출시할 것이다. 이것이 빠르게 변하는 중국시장에서 우리가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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