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매너라벨’ 벗기자니…골머리 앓는 정부

입력 2017-04-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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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그림 가리자” 차단 스티커 인기…“무상제공…현행법상 규제 어려워”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시행 중인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이 효과를 보고 있는 가운데, 경고 그림을 가리는 스티커인 ‘매너라벨’이 급속히 퍼지고 있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매너라벨을 규제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복지부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너라벨을 공짜로 나눠주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신청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혐오스러운 경고 그림을 싫어하는 손님들이 담배 그림을 고르는 등 불만이 늘자 담배 판매업주들이 앞다퉈 신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너라벨에 광고를 실어 수익을 내고 있는 이 카페 관리자는 “담배 판매 업주에겐 무료로, 일반 흡연자에겐 택배비만 받고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너라벨에 대해 특허를 이미 받아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매너라벨로 인해 복지부의 흡연경고 그림 정책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돼 보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뱃갑 포장지에는 흡연의 폐해를 경고하는 그림이 부착돼 상당한 금연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생산되는 모든 담배갑의 앞뒷면에 실리는 경고 그림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간접흡연, 성기능장애 등을 묘사하는 10종에 달한다.

복지부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경고 그림으로 인해 2월 담배 판매량은 2억4000만 갑으로, 지난해 11월 3억1000만 갑에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판매량은 2억9000만 갑, 올해 1월 판매량은 2억 8000만 갑이었다. 지난 2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14% 감소했다.

금연 상담 전화 건수도 지난해 12월 주당 평균 330건에서, 1월 주당 587건, 2월 1214건으로 늘었다. 특히 경고 그림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는 비율도 지난해 12월 24%에서 2월과 3월에는 80%까지 증가했다.

흡연경고 그림을 게재하면서 이같이 금연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저해할 수 있는 매너라벨에 대해서는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4에 따르면 소매점 내 담배광고 규제는 담배제조업체가 제작하는 표시판·스티커·포스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담배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해 소비자가 매너라벨을 직접 구매해 붙이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없는 것이다.

복지부도 매너라벨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이 현행법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담배사업법에서는 담배제조업자가 소매점주에게 금품, 물품 등의 편의 제공 등을 통한 판촉행위만 규제하고 있다. 매너라벨의 경우 담배회사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너라벨 같은 경우 판촉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이지만, 담배제조업자가 나눠주는 것이 아니어서 지금 당장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호주의 경우 경고그림 담배 출시 직후 경고그림을 가리는 케이스가 시장에 출시됐으나, 규제논의가 되기 전에 시장에서 자연 도태됐다”며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는 경우도 많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연 관련 단체에서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매너라벨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성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사는 “무상으로 나눠주는 매너라벨을 규제하지 않는 것은 금연정책을 시행해 놓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현재 담배 판매 업주들이 흡연경고 그림을 가리는 행위 금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여기에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스티커 등을 비치하는 행위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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