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알파고 쇼크에서 배우지 못한 것

입력 2017-04-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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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알파고 쇼크 이후 1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한국은 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기술 중심의 과거 추격자 패러다임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술 개발이 아니라 기술 활용 의지와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에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은 더는 한계 조건이 아니다. 대부분 기술은 개방돼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알파고 쇼크를 보자. 구글의 자회사인 딥 마인드는 그 놀라운 알파고의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깃허브(Github.com)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의 핵심 소프트웨어들이 줄줄이 공개돼 있다. 혁신을 가속화하려면 닫힌 경쟁이 아니라 열린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경쟁 방정식은 남들이 할 수 있는 주변 역량은 공유하고 남들이 못하는 핵심 역량의 혁신으로 이동하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남이 한 것을 따라가던 추격자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 개발보다 기술 활용이 중요한 시대다. 알파고와 경쟁할 한국형 인공지능 개발보다 글로벌 개방형 인공지능의 활용이 중요하다. 알파고 쇼크 이후 1년이 넘도록 한국에서는 무성한 인공지능 논의와 비교하면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이 페리 제독의 흑선(黑船)을 통해 대변혁을 이룩했듯 우리도 알파고의 쇼크를 사회 혁신의 계기로 삼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역으로 알파고 쇼크에도 인공지능 활용을 찾기 어려운 한국의 현상을 분석해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대표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겠는가.

기업인은 다음과 같은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인공지능을 개별 기업이 접근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그룹과, 인공지능을 활용하려고 하는데 인공지능의 식량인 데이터가 없어 실망하는 그룹이다.

우선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자의 그룹을 보자. 이들은 정부가 투입하려는 엄청난 개발 예산을 보고 인공지능은 자신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어려운 기술이라 단정해 버렸다. 그런데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인공지능은 날이 갈수록 무료 활용이 쉬워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대부분 기업이 영업, 품질, 생산 등의 분야에서 몇 달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 필자는 1년 전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우선순위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이 아니라 인공지능 활용의 확산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교육, 금융, 의료 등의 미래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미래 사업을 하려는 후자의 그룹을 보자. 이들이 절망하는 이유는 정부의 공공 정보와 개인 정보와 클라우드 규제로 인해 인공지능의 식량인 클라우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의 경우를 보자. 4차 산업혁명은 평생 교육을 전제로 한다. 그러면 원격 교육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동영상과 증강ㆍ가상현실의 교육에 클라우드 사용이 제한돼 있다. 서버와 클라우드의 경쟁력은 5배 이상 차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평생 교육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금 사이버대학에 한해 규제가 풀렸으나, 원칙적으로 교육용 데이터를 규제할 이유 자체가 없지 않은가.

의료 산업은 세계 최대의 미래 산업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 정보로 원격 의료가 가능해지고 데이터가 모이면 강력한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그동안 족쇄가 돼 왔던 의료 정보의 클라우드 규제가 부분적으로 해소됐으나, 글로벌 기업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결과적으로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저해하고 있다.

우리는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 매달려왔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활용을 위한 의지와 데이터의 규제였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개별 기술과 개별 산업에 달려 있지 않다. 기술과 산업을 융합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규제혁파와 기업가 정신 활성화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원동력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무엇이 중헌디!’를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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