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빅딜 뒤 중국 인민은행 ‘트릴레마’ 빠져

입력 2017-04-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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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통제·자본흐름 자유화·독립적 통화정책 등 3가지 목표 동시에 달성할 수 없어

▲달러·위안 환율 추이. 13일(현지시간) 6.8900위안. 출처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빅딜 뒤 중국 인민은행이 ‘트릴레마(Trilemma·3가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핵위협 대처에 협력하는 대가로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영향을 반영해 중국 인민은행은 13일(현지시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위안화 가치 0.4% 상승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가 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것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1% 올랐다. 인민은행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위안화 가치 폭락에 따른 자본유출과 금융시장 혼란이 재연되는 것을 막고자 지난해 중반부터 위안화 가치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발언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지면서 인민은행은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위안화 가치 변동은 인민은행이 환율 통제와 자유로운 자본흐름, 독립적인 통화정책 등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트릴레마’를 다시 확인시켰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말 다른 최고지도자들과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가지고 나서 강조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경제가 더는 요동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 회의 후 발표된 성명은 ‘위안화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을 막고자 총력을 기울였다. 인민은행이 여기에 초점을 맞춘 것은 세계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유용딩 중국 사회과학원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환율에 대한 공격적인 접근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며 “위안화 가치가 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수록 주택 버블 등 다른 경제적 악재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들 것이다. 환율 문제는 중국 정부가 다른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고자 1조 달러(약 1140조 원)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소진했으며 심지어 자국민의 해외 송금을 제한했다. 이럴수록 중국의 경제관리능력에 대한 신뢰도 약해졌다.

인민은행은 지난 10년간 트릴레마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안화 가치와 금리를 통제하면서도 자본 유출입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우리는 이 세 가지 목표 모두를 달성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의 혼란 속에 인민은행은 자본 유출입을 자유화한다는 목표에서 후퇴했다. 또 위안화 환율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서 전통적인 통화정책 조절 역할도 소홀히 하게 됐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것에는 분명히 트럼프 요인도 작용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당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세계 1등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미국의 일자리를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 방어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위험을 줄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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