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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기획_여성기관⑪]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장“低출산 해결하려면 가정양육 문화가 우선”
입력 2017-04-13 11:00
남성 참여 통해 ‘독박육아’ 부담감 줄여야…무상보육 아이에 실질적 도움 안돼 반대

“출산 없이는 육아정책도 없다.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여자들은 어려운 육아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아이 낳기를 주저한다. 남성들이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퇴근시간이 보장되고 그 이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지내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아이 키우는 문화가 바뀌어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인식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저출산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문화가 가족 중심으로 바뀌고 가정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우 소장의 생각이다.

우 소장은 약 30년간 영유아기 보육과 교육에 대해 연구해온 육아정책 전문가로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90년부터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로 약 25년간 재직했다. 퇴임 이후 2015년 국무조정실 산하 국가정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우 소장이 말하는 실효성 있는 육아정책은 무엇인지,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를 물어보았다.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이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 소장은 약 30년간 영유아기 보육과 교육에 대해 연구해온 육아정책전문가로 약 25년간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로 지내다 퇴임 이후 2015년부터 국무조정실 산하 국가정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수소장으로 자리해 역할을 수행 중이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

◇저출산·육아 정책은 정치적 이슈 되면 안 돼 = 우 소장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저출산 대책이나 육아정책이 정치적 공세로 다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육아정책은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만들어지고 추진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무상보육과 같은 육아정책은 정치적 포퓰리즘에 휩싸여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우 소장의 판단이다.

“육아정책이 정치적 이슈로서가 아니라 교육과 복지의 문제로 입안되길 바랍니다. 나는 국책기관에 몸담고 있지만, 무상보육에 반대해요. 저출산의 해법이 아닐뿐더러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주는 게 평등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죠. 무상교육으로 인해 가정에서 잘 키울 수 있는 아이들까지도 어린이집으로 오고 있어요. 이런 부분이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엄마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관에 보냄으로써 볼 수 없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우 소장이 생각하는 육아정책의 핵심은 가정 내 양육 활성화다. 영유아기 때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아이가 성장하는 데 심리적·정서적으로 중요하며, 부모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느낄 때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고 우 소장은 강조한다.

또한 그는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10년간 약 80조 원을 썼음에도 출산율 반등의 기미가 없는 것을 지적하면서 저출산 문제를 경제적 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집을 마련해주고, 아동수당을 준다 한들 아이를 더 많이 낳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30대 여성이 결혼하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운 생활을 방해받기 싫어서’였어요. 더 벌수록 삶이 편안해지니 아이를 안 낳는 것이죠. 그래서 문화가 우선 형성돼야 해요. 일명 ‘독박육아’로 인한 갈등을 해결해야 할 시점입니다.”

최근 우 소장은 독박육아로 힘겨운 엄마들과 육아 해법을 함께 고민하고, 육아행복감과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육아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미쳤다”는 소리에도 유학행 굽히지 않아 = 우 소장은 세 아이를 키워낸 워킹맘이다. 자신의 아이들을 보면서 아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 세 명이 가진 특성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고, 관찰하면서 ‘아이들은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육아 경험이 학문의 기초가 될 것으로 판단,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나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으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지만, 그의 목표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1년을 목표로 두고 시작했던 공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1년간 세 아이의 양육을 도맡아온 남편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힘겨워했다. 결국 세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와 7년간 나홀로 양육했다.

“36세에 가서 42세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미국에 갈 당시 아이들이 중3, 중2, 초5학년이었는데, 한창 사춘기라 힘들었죠. 내 공부하기에도 정신이 없어서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많이 못 썼죠. 나쁜 엄마였어요. 밤에는 공부해야 하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갔죠. 그렇게 7년을 보냈어요.”

1990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아동학회에서 사교육 분야 연구를 시작했고,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육아정책연구소에서도 사교육에 관한 연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이제는 유아교육과 보육 통합이 목표 = 우 소장은 육아정책연구소의 가장 큰 자랑거리를 누리과정 연구개발로 꼽았다. 2012년부터 실시한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이다. 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1만 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운영지원비(22만 원)와 방과후 활동비(7만 원) 등 1인당 월 29만 원을 지원한다.

“우리 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해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도 동일한 내용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모든 아이가 인생의 출발선에서부터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죠. 이것이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의 첫 단계입니다. 2014년부터 국무조정실에서 유보통합추진단을 운영해오고 있어요. 같은 연령의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뉘어 가는데, 질적 차이 탓에 유치원으로 쏠림현상이 심각해요.”

그래서 이제는 유아교육과 보육으로 이원화돼 있는 육아정책이 이른 시일 내에 통합돼 부모들이 걱정 없이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있도록 힘 쏟는 것이 우 소장의 목표다. 더불어 우 소장은 무상교육·보육으로 어린 영아들까지 무분별하게 기관으로 내돌려지는 현실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사랑받으며 잘 자랄 수 있는 가정양육에 방점이 찍힌 육아정책을 이끌어 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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