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아상역 아이티 법인 성추행 파문… 긴급 조사 나서

입력 2017-03-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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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업체 세아상역 해외법인에서 한 전직 직원이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예상된다. 세아상역은 진상조사를 하고자 현지에 감사팀을 보내 사태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세아상역 아이티법인을 ‘노동착취공장’이라고 비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같은 사태가 터져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아상역 아이티 법인 성추행 폭로 파문 = 23일 세아상역 아이티 법인에 근무했던 S실장은 최근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 앞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해당 글에 따르면 2015년 10월 17일부터 아이티법인 4공장에서 근무한 S 실장은 지난해 초부터 4공장의 K공장장에게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4공장 근무 때 아침 5시 15분 4공장으로 출근하면 K공장장이 뒤에서 껴안으며 ‘내 품에 꼭 안기는데’라고 했다”며 “점심 후 현장에 들어가면 뒤따라와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뽀뽀하고 싶다’는 말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또 “도미니카에 가서 식당이라도 하면서 살자”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으며 “4공장 회식할 때 고기 손질하는데 허리가 보이자 K공장장은 ‘본인만 보여주지 왜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느냐’고 말했다”고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S실장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업무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같이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에게 말을 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이 S실장의 말이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민호식 세아상역 부사장은 S실장과 K공장장을 함께 불러 진상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S실장은 근무하던 4공장이 아닌 2공장으로 발령이 나 근무지를 변경하게 됐다. 2공장으로 간 S실장은 출근 첫날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에 독려 차원에서 큰소리를 내며 일을 빨리하라고 지시했지만 현지인들은 자신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는 이유로 투서를 해 경고장을 받게 됐다.

이를 이유로 민호식 부사장과 다시 면담을 할 때에는 “S실장은 아이티 법인과 맞지 않는다”며 퇴사 권고를 받았다는 것이 S실장의 말이다. 이에 반발해 그는 “성희롱한 사람은 안 짤리고 저만 해고감입니까”라고 물었지만 민 부사장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는 것이 S실장의 주장이다.

2공장에서 다시 5공장으로 이동해 출근한 S실장은 또 다른 P공장장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 P공장장은 늦은 시간에 본인 방으로 오라는가 하면 회식 때문에 시내까지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장난치는 것처럼 하며 가슴까지 만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1일 밤에는 S실장이 잠자고 있는데 P공장장이 몰래 방에 들어와 몸을 더듬고 키스까지 하려고 해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S실장은 “올해 초 2개월간 1공장 1명, 5공장 1명이 아이티 당국에 성희롱으로 고발돼 회사에서 해고조치 됐다”며 “아이티 지사에서 성희롱이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을 개선하려면 한국 주재원부터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티의 열악한 조건을 악용해 성희롱을 일삼고 있다”며 “김웅기 회장께서 잘 판단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세아상역 “성희롱·성추행 엄중하게 대처할 것” = 아이티 현지법인 성추행과 관련해서 세아상역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웅기 회장은 몇 년 전에도 해외 법인장이 음주 후 말실수로 인해 해당 법인장을 파면시킬 정도로 성희롱·성추행에 엄격하다는 것이 세아상역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밝고 투명하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아름다운 직장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아상역은 S실장의 성희롱 폭로 이후 즉시 아이티 현지에 조사팀을 파견했다. 감사책임자와 법무책임자 등 2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아이티 현지로 날아가 일주일가량 머무르며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팀은 관련자 60여 명에 대해 2대1 인터뷰 방식으로 전원에게 의견을 들었다. 조사 누락을 방지하고자 법무팀과 감사팀의 수장이 직접 맡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일부 술자리에서 말실수를 통해 성희롱처럼 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S실장의 폭로 글에서 지목된 K공장장에게는 경고장 처분이 내려졌다. 애초 지난해 2월 발생했던 일이고 이는 당사자들끼리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가 진행됐던 일로 밝혀졌다. P공장장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고 조치를 준비하던 중에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지난주 회사를 사직했다.

세아상역 관계자는 “아이티법인은 회사 차원에서 윤리교육이 잘돼 있는 회사 중 한 곳이지만 전 세계에 5만 명가량 직원이 있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 유감”이라며 “앞으로 교육시스템을 강화함과 동시에 본사 차원에서도 현지에 출장을 다니며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을 강화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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