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자신이 혐오하던 사람을 변호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

입력 2017-03-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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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화광이다. 영화감상을 넘어 한때는 단편영화 감독과 주연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혐오하던 사람을 변호할 수 있는가’라는 변호사로서의 근본적인 고뇌에 대한 답변을 ‘필라델피아’라는 영화를 통해 하려고 한다.

필라델피아 최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이지만, 에이즈에 걸린 주인공 앤드루 베케트(톰 행크스 분). 로펌 중역들은 그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를 해고한다. 로펌을 상대로 소송해야 하고, 에이즈나 동성애(同性愛)에 대한 편견과도 싸워야 하기에 부당해고 소송을 맡으려는 변호사는 아무도 없었다.

앤드루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상대 변호사이자 동성연애 혐오자인 변호사 조 밀러(덴젤 워싱턴 분)를 찾아간다. 조가 앤드루를 변호하며 일어나는 일들과 가치관의 변화, 법정 변론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대한민국 모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인권 변호사이다. 하지만 현실의 많은 변호사는 약자의 인권보다 강자의 돈을 택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돈 없고 힘없는 의뢰인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게다가 사회적 편견과 멸시를 받는 의뢰인이라면 변호사는 변론 외에도 사회적 비난과 공격까지 받게 된다.

기뻐서 소송하는 의뢰인은 없으므로 대부분 억울하고 상심하여 변호사를 찾는다. 의뢰인과 감정 동화를 겪을수록 변호사는 더 강해져야 하고, 더 냉철해져야 한다. 증거를 수집하고 어떻게 하면 판사와 배심원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는 훌륭한 변호사였고, 이 영화는 변호사들도 봐야 하는 좋은 영화이다.

우리 모두 어떤 지점에서는 소수자일 것이다. 자기 생각과 달라도 그 소수자가 힘없는 개인으로 사회적 편견의 희생양이 된다면, 그 소수자를 위해 변호사는 자기 일처럼 싸워야 하지 않을까.

병과 해고에 절망하던 앤드루는 변호사 조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는 죽는다. 백 마디 말보다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변호사의 역할을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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