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76. 종대(終代)

입력 2017-03-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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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된 양반의 情人이었던 경상도의 官妓

16세기 중반에 경상도 성주목(星州牧)에 소속된 관기(官妓)이다. 그녀는 성주에 유배 중인 이문건이 아끼던 정인(情人)이었으나 부인의 심한 투기로 인해 결국 황참군(黃參軍)이란 인물과 머리는 올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녀는 경기(京妓)와 관기(官妓)로 구분하는데, 경기는 장악원에 소속된 예기이며, 관기는 지방 군현에 속한 기녀이다.

비(婢) 중에서 뽑는 기녀의 기준은 자색(姿色)과 재예(才藝)였다. 즉, 얼마나 예쁘고 예술적인 재능을 갖췄는가였다. 이들의 신분은 천인으로 이는 부모로부터 이어받는다. 즉, 부모가 천인이면 천인이 되는 것이다.

종대가 시문을 남긴 것도 아니고, 절개를 갖춘 것도 아니다. 사실 노류장화(路柳墻花)인 그들에게 절개가 그리 중요했을 리 없다. 그녀는 성주 관아에서 벌어지는 각종 역(役)에 동원되었다. 이문건과의 만남도 그러한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이문건은 중앙에서 고위 관직을 역임하다 을사사화(乙巳士禍)에 연루되어 1545년 경상도 성주에 유배된 인물이다. 1552년 7월 이문건 부인 안동 김씨가 충청도 괴산 집으로 가면서 가까워졌다. 성주 판관이 심심한데 데리고 놀라는 의미에서 보낸 것이다.

이문건은 풍류를 즐기는 중앙의 양반 사족으로 거문고를 특히 잘 다뤘다. 더욱이 중앙의 고위직인 승지를 지내다 내려온 터라 인기도 많았다. 종대는 부인이 집을 비운 사이 이문건을 찾아왔고, 둘 사이는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종대는 이문건과의 관계를 자랑하며, 이문건이 자신을 은밀히 사랑한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 “승지께서 나만 보아도 가슴이 뛰고 안정되지 않는다고 한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

이를 알게 된 이문건의 부인 김씨는 5∼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종대를 들먹이면서 투기를 해댔다. 급기야 부인은 밥을 먹지 않고 결국 병을 얻어 눕게 된다. 부인 김씨는 남편이 종대를 가까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이문건에게 행수기(行首妓)를 불러 종대가 남편의 술시중을 들지 못하게 조치하라고 했다. 행수기는 기녀집단을 대표하던 기녀이다. 이문건은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부인이 앓아눕자 하는 수 없이 행수기 의침향(倚沈香)을 불러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게 된다.

사실 이문건 입장에서는 겸연쩍은 일이었으나, 부인이 매일매일 기녀를 불러대며 죽는다고 하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행수기는 종대는 황참군과 머리를 올렸으니 더 이상 이문건의 술시중을 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고 갔다. 행수기는 기녀를 지나치게 투기한 양반부인이 미웠던지, 이러한 사실을 술자리에서 떠들어댔고, 사정을 알지 못하는 성주 목사는 “그놈 진짜 수컷 맞느냐”며 웃어댔다. 이문건은 이 일로 인해 심사가 편치 않아 한동안 술자리나 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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