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젊은 농부, 그들이 희망이다

입력 2017-03-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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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다. 몇 백 명이나 되는 새마을지도자의 자녀 중에 부모가 하는 일을 이어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5~6년 전 충남 태안군 새마을지도자를 위해 강의를 하러 갔을 때 일이다. 고생스럽고 돈도 안 되는 일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이 이해는 되었다. 우리는 못 배워 농사짓고 고기를 잡지만 자식들만큼은 대학을 졸업한 뒤 ‘사’자 들어가는 직업에 종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원하는 데도 부모가 극구 반대까지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세상은 바뀌었다. 지난 주엔가 국립 한국농수산대학에 대한 기사가 크게 났다. 졸업생들의 수입이 일반 회사원보다 높고 일반 농가보다는 2.5배나 된다는 내용이었다. 버섯학과, 채소학과, 한우 전공인 대가축학과, 양돈이나 양계를 전공하는 중소가축학과, 수산양식학과, 말산업학과까지 생소한 학과가 많았다. 그런데 20~30대의 졸업생들이 수십억 원, 많게는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어 지원자가 늘고 입학 정원도 확대할 계획이라는 뉴스였다. 2015년,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가 서울대학교 MBA 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계경제 전망 특강에서 “MBA가 무슨 필요 있나? 당장 농대로 가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최고 유망 업종은 농업이며 30년쯤 후면 식량 부족 사태로 농업의 수익성이 가장 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미래 학자들 역시 농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만나 성장산업이 되고, 2·3차 산업과 결합된 6차 산업으로 우리 생존에 필수적인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이들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부모가 평생 해온 농업을 물려받아 그 속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일궈내는 자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농업이 인기 직종도 아니고 부나 명예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식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삶이 내 모든 것을 걸 만큼 매력적이어서 그 길을 부모와 동행하고 싶어 한다면 그보다 더 성공적인 자식 농사가 또 있을까?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데 청년들이 낯선 시골에서 농업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부모의 경험이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고 텃세도 덜한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면 실패할 확률도 줄어든다. 한 집에서 같이 살지 않아도 주거비나 생활비가 적게 들고 자녀 돌보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부모를 가까이 모신다는 뿌듯함도 있다.

일류대에 몇 명을 보냈는가로 고등학교의 서열을 매기고, 연봉을 얼마 받는가로 인생의 성공을 재는 세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일찍부터 실현해 자기 길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밝혀 준다. 오지가 아니라면 웬만한 시나 군 소재지에는 마트나 문화체육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굳이 대도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거칠고 메마른 소비 위주의 삶을 살기보다 자연 속에서 부모님과 자주 왕래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시골에 살면서 서울 생활과 똑같이 누리려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나 문화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 대도시를 못 떠난다는 것도 핑계다. 심각하다는 청년실업과 자녀 양육 문제, 노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도 있는 농업을 자녀들에게 권해 보자. “언제든 네가 원하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면 그 문을 두드리는 자녀가 몇 명쯤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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