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최초 ‘원전 블랙박스’ 개발 주인공

입력 2017-03-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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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김창회 박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원격제어실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개발 동향은 아직 보고되고 있지는 않고 있습니다. 2012년 6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약 5년 정도 개발한 셈이지요."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창회 박사는 세계 최초로 원자력발전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른바 '원전 블랙박스' 개발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나온 그의 연구는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김창회 박사는 원전 선진국조차 시도하지 못한 원전 블랙박스 개발을 주도했다. 10년 계획으로 시작한 연구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고 오는 2022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원자력연구원)

우리 연구진이 원자력발전 내부를 감시하고 이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원전 블랙박스’를 개발했다. 고온 및 고방사능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단순 감시기능을 넘어 사고 때 제어 역할도 담당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이 시스템 개발은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부 김창회 박사가 주도했다.

전 세계 원자력발전의 개발과 설계, 운영정책 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만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충격은 컸다.

당시 사고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사례였다. 원전 내부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간접 정보를 통한 추측과 예측에 의존해 대응했다. 사고 여파가 여전히 후쿠시마 인근은 물론 동일본 전체에 남아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세계 약 600기의 원전 역시 다르지 않다. 같은 사고를 당했을 때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셈. 사정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원전 내부를 감시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며 제어기능을 갖춘 시스템 개발이 절실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 같은 사고를 대비한 계측제어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김창회 박사는 약 5년만에 걸출한 결과물을 뽑아냈다.

“원자력발전에는 각 시설에 설치된 센서가 참 많습니다. 이 센서들이 온도나 수위, 유량 등을 측정하는데요. 이 측정값을 전기신호로 바꿔서 수집하고 저장하는게 관건입니다. 원전 블랙박스는 그 신호를 수집하고 전송하는 것은 물론 멀리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원자력연구원은 이 결과물을 ‘원전 블랙박스’라고 표현했다. 언뜻 우리 주변에 흔해져버린 차량용 블랙박스와 같은 이름을 쓴다. 같은 이름의 두 가지 시스템을 서로 비교할 수 없다. 그만큼 기본 개념도 전혀 다르다.

원전 블랙박스는 단순한 영상정보를 수집하는게 아닌, 원전 내부의 갖가지 측정값을 전기신호로 바꿔 저장하는 기능을 갖췄다. 김창회 박사는 원전 블랙박스가 지닌 원격 제어기능을 특히 강조했다.

“전력공급이 끊겨도 원전 블랙박스는 작동합니다. 여기에 폭발로 인한 고온, 고방사능 유출이라는 극한 환경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침수 상황은 물론이고 수소 폭발에 대비한 방폭기능까지 갖췄지요. 현재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200도의 고온은 물론 5.0kGy(킬로그레이)까지 거뜬하게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사고 현장에서 3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원격감시제어실을 차량에 탑재하면 멀리서도 이동하면서 안전하게 사고를 수습할 수 있다. 2025년이면 국내 원전 현장에서도 이를 실용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장비는 원전 선진국조차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김창회 박사의 연구 결과물이 세계적인 수준인 셈이다.

연구개발에 10년을 계획하고 지난 2012년 시작한 연구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김 박사는 “국내 원전현장 도입은 물론이고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해외 원전에도 상용화될 수 있도록 막바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때 극한 환경인 고온 및 고방사능에 견딜 수 있는 계측제어기기 개발이 관건”이라며 “이 조건을 좀더 높여 실현하는게 연구 진행의 최종목표”라고 강조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온과 고방사능을 견디는 일이다. 극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회로 설계가 지난 5년 동안 그의 발목을 붙잡기도 했다.

“발전소에 설치된 각종 센서들이 보내준 전기신호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 내부에 신호처리회로를 설계해야 합니다. 신호처리 회로는 반도체 소자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반도체는 온도와 방사선량에 따라 동작이 변하는 성격이 있어요. 이 때문에 고온, 고방사능에 견디는 신호처리회로 설계가 가장 어려웠었지요.”

그 어려움을 견딘 끝에 시작품이 나왔고 이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직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는 그의 외로운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김창회 박사는 1981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시작으로 37년을 전자공학자로 살아왔다. 학부 졸업후 약 1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력을 제외하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꼬박 30년을 채웠다. 김 박사는 “원자력연구원에 근무하고, 원자력 안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실에 큰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지난 30년을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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