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투명성’ 높여라… 반기업 정서에 대응 나선 재계

입력 2017-02-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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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0억 넘는 기부금 이사회 의결 의무화… SK ‘사회적 가치 창출’로 경영철학 수정

재계가 ‘반(反)기업 정서 해소’를 위한 쇄신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본격화된 반기업 정서를 방치할 경우, 경영 쇄신은 물론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자기 반성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한 그룹 경영쇄신안 도출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24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1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등을 낼 때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기부금 액수 기준이 500억 원이 넘을 경우에만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를 막론하고, 외부로 나가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이사회 규정을 변경한 것이다. 삼성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도입한 이번 조치는 다른 계열사들로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 금융계열사는 상근 감사위원을 없애고, 감사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삼성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지난 56년간 이어온 인연에 종지부를 찍는 등, 정경유착 의심의 고리를 원천 차단하는 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향후 마련될 삼성의 쇄신안에는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데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한 강도 높은 고민이 담길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사례를 따르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전략실 조기 해체에도 착수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해체 연기 또는 최소한의 기능은 남겨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뒤로 하고, 이달 말 ‘완전·조기 해체’로 가닥을 잡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28일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각 계열사에서 파견나온 임직원을 원대 복귀시킬 방침이다.

미전실 해체와 함께 3개월 가까이 미뤄진 사장단 인사도 일부는 조기 단행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부회장급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해 사장급 이상만 5명에 달하는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사장단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들의 거취에 따라 계열사 사장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의 경영쇄신안이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보다 훨씬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전실이 해체되고 일부 수뇌부의 거취가 결정되면, 그룹 내 세대교체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도 그룹의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고쳐가며 쇄신에 나서고 있다.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SK그룹은 기업 본연의 목적인 ‘이윤 창출’을 정관에서 삭제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도 윤리경영을 외치며 투명성 강화를 선언했다. 경제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법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경영을 실천해야만 가능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회장단은 “성숙한 선진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공인 스스로 법보다 높은 수준의 규범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해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활성화에 앞장서 나가자”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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