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명장을 찾아서] 쿠팡맨 1기 지성호 AM “고객이 만족해야 배송의 완료”

입력 2017-02-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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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고객과 호흡하며 일부러 배송나가기도…힘들지만 ‘쿠팡의 얼굴’ 자부심 갖고 있어

#1.어린 자녀를 키우는 30대 김모 씨는 쿠팡에서 산 장난감을 반품만 6번 했다. 유난히 한 부품만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어김없이 새 상품을 들고 온 ‘쿠팡맨’과 그 자리에서 함께 포장을 풀어봤다. 땀을 뻘뻘 흘리며 편의점에 다녀온 쿠팡맨의 손에는 종류별 건전지가 들려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장난감은 C업체의 건전지와는 호환되지 않았다. 쿠팡맨의 CS(고객응대) 피드백을 전달해 이제는 사이트 속 해당 상품 설명란에는 건전지 브랜드 호환 사항이 적혀 있다.

#2.오늘은 산후조리원에 기저귀 4박스를 배송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인 나는 산모에게 조리원 퇴소일을 물었다. 박스들을 다시 가져간 뒤, 고객의 퇴소 날짜에 맞춰 다시 배송했다. 고객의 환한 웃음에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4살 딸과 1살 아들을 둔 나는 ‘아빠’이자, ‘쿠팡맨’이다.

▲쿠팡맨 1기 지성호 물류조직 AM은 지난 17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잘하려고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즐겼더니 고졸인 제가 어느덧 AM이 됐다”고 활짝 웃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 본사 카페테리아 입구 앞에 설치된 대형 마끄럼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쿠팡맨 1기인 지성호(36) 쿠팡 물류(Logistics) 조직 AM(여러 개의 쿠팡캠프를 운영·관리하는 매니저를 뜻함, Area Manager)이 직접 겪은 이야기다. 2014년 입사 이후 대전시 전 권역에 온갖 상품을 배송하며 현장에서 고객과 소통한다고 한다. “고객의 상품 수령이 끝이 아니라, 고객 만족이야말로 배송의 완료”라고 말하는 지 AM을 최근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쿠팡 본사에서 만났다.

쿠팡맨은 물류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닌 “고객 서비스를 위해 존재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이심전심, 결국 진심은 고객과 통하기 마련이었고, 선물(gift)처럼 기뻤다.

“아파트 경비원 분들에게 아무리 쿠팡 직원이라고 설명해도 퉁명스럽게 ‘하는 일은 택배기사지 않느냐’며 부딪히기 일쑤였다. 고객들은 ‘스팸 전화냐’면서 입도 떼기 전에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럼에도 직원이란 프로의식을 갖고 열심히 근무했다. 몇 달이 흐른 뒤, 배송하러 가면 이미 문을 열어놓고 있다든가, 고맙다며 도시락을 주는 때도 있다. 부재 중이면 문고리에 간식이나 손 편지를 걸어 놓기도 한다.”

쿠팡에서는 배송 상품을 ‘기프트(gift)’, 쿠팡맨의 개별 고객서비스를 ‘클라우드’라고 부른다. 클라우드에 관해서는 캠프(로켓배송을 담당하는 거점지)별로 자체 격려하기도 하나, 의무 사항은 아니다. 특히, 지 AM은 상품 배송을 마친 뒤, 고객에게 ‘손사진’을 보내는 쿠팡맨의 문화를 만든 주인공이다.

“지금의 택배문화가 금방 정립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지성호 AM은 쿠팡맨 1기로서 배송 현장에서 업에 대한 편견과 부딪치면서도 즐겁게 일했다. 자부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 원천은 스스로 다잡은 성실성이었다.

“지금 입은 쿠팡맨의 유니폼이 자랑스럽다. 잘하려고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즐겼다. 어느 순간 나 혼자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왔다. 고졸인 제가 CL(Camp Leader)을 거쳐 AM이 됐다.”

대학을 중퇴하고 군 전역 직후 현금수송 업체에 취직해 10여 년간 근무한 그는 34세에 쿠팡에 새로 입사했다. 근무 환경은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터프한 분위기의 전 직장과 180도 달랐다고 한다. 그는 2015년 7월 쿠팡맨 출신 1호 CL, 2016년 6월 쿠팡맨 출신 1호 AM이 됐다. 이제는 현장의 쿠팡맨들을 지원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관리자로서도 저는 현장이 제일 우선이다. 항상 더 일찍 출근하고 온종일 캠프에서 솔선수범하고자 한다. 현장맨들과도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현장의 생동감을 좋아해 가끔 일부러 배송 나가기도 한다.”

지 AM은 ‘와우 쿠팡맨’이나 메일 그룹웨어 등 직원 소통창구가 많은 점을 쿠팡의 장점으로 꼽는다.

“대표인 ‘범님’(쿠팡 내 김범석 대표의 호칭)과도 면담을 두 번 했다. 그런 기회도 놀라웠다. 쿠팡맨 대표로 전 직원 앞에서 5분 스피치를 한 경험이 있다. 이후로 지나가다 마주쳐도 꼭 그냥 지나치지 않더라. 김 대표님은 늘 저와 악수하고, 기억해주신다.”

이커머스 쿠팡의 탄생과 함께 ‘쿠팡맨’이라는 고유명사가 생겼다. 이 단어는 우리 사회에 가공할 만큼 파급됐고, 그 함의 역시 다양해졌다. 쿠팡맨 1기로서 현장에서 고객과 호흡해온 지성호 AM은 “쿠팡맨의 직업에 대해 사실과 다른 오해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몸을 쓰는 일이니 육체적으로 당연히 힘들다. 힘들다는 걸 알고 일하기 때문에 도리어 힘들지 않다. 쿠팡맨은 좋은 직업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 수령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배송이란 요소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쿠팡맨은 ‘쿠팡의 얼굴’로서 고객과 최접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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