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크지 않아...셰일가스 수입 정부 패 보인 것”

입력 2017-02-01 15:29수정 2017-02-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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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높지 않아 ... 중국 환율 절상이 더 우려

(한국개발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대응해 정부가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방안을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대미 통상수지 흑자에 따른 미국 신정부의 경제적 압박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여러 가능성이 상존한 가운데 우리의 가장 강력한 대응카드 중 하나를 지레 써버렸다는 분석이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트럼프 정부 통상정책 기조의 이해와 대응방향’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총 2조4000억 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이 중 4분의 3 규모인 1조7000억 달러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통한 세수 증가와 투자 증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트럼프는 집권 초기에 의회 승인이 필요한 감세, 규제철폐, 정부지출 확대 등이 아닌 대통령 재량권 하에서 추진이 가능한 무역정책을 강력히 펼치고 있다. 이는 미국을 위협하는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시장개입과 환율조작, 국제규범 미준수 등을 견제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계산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의 낮은 대외 의존도를 감안했을 때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으로 최근의 경제 회복세를 1~2년간 이어간다면 이러한 강경기조가 일정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강력한 보호무역정책 기조를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에는 △친자유무역주의 성향 인사들을 설득하는 의회와의 조율 문제 △고율의 징벌적 관세부과로 인한 국가 간 무역전쟁 촉발 가능성 △미국인 고용(Hire America) 정책 지속 시 기업들의 반발 등이 예상된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이 교수는 “보호무역을 통한 성장률 제고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며 “고율의 관세부과는 소비자 부담 증가, 기업 경쟁력 하락, 고용 감소 등을 초래할 것이다. Hire America 정책의 지속은 국제경쟁력 하락의 첩경”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 등에 대한 무역보복은 미국의 국내고용 창출보다는 타 국가로의 무역전환을 초래할 것이다. 또 국가 간 무역전쟁 발생 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 및 이에 따른 미국의 수출경쟁력 하락, 경상수지 악화 등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며 “경상수지 축소의 궁극적인 해법은 무역전쟁이 아닌 국내저축률 제고, 생산성 향상, 인적자본 투자 등이다. 확장적인 재정 지출을 지속할 경우 미국의 국가 채무는 2016년 76.6% 수준에서 2026년 80% 후반대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하에 제기될 수 있는 통상현안들로는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강화 △위생검역(SPS) 및 기술적 무역장벽(TBT) 관련조치 강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등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트럼프 정부의 주 표적은 중국·멕시코·일본 등으로 단기적으로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지난해 234억 달러 흑자로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소폭 상회했다. 이러한 대미 무역수지는 중동 및 일본 등으로 부터 원자재 및 부품 등을 수입해 최종상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측면에 기인한다.

이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점차 축소돼 2021~2025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2.9%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중국과 함께 환율이 절상될 경우 부정적 여파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 및 위안화가 각각 10% 절상되면서 중국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4~-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시에는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금융 지원금지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절상 압박 △무역협정 연계 조치 등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지난 1년간(2015년 7월~2016년 6월) 약 240억 달러(GDP 1.8%)의 보유 외환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정부는 주요 신흥국 및 선진국과 달리 외환시장 개입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박사는 “발표를 굳이 안하고 있는 것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협상에 유리하다면 공개해도 괜찮다”며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부문이 0순위 후보인데 재협상 시 양허정지와 함께 관세 상향 조정이 예상된다. 재협상이 없더라도 미국 무역법에 의거해 수입품에 150일 동안 1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에 대비해 미국의 협정 불이행 상황 점검 등 항상 수세인 우리에게 공세적 카드가 뭔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의 미국산 세일가스 수입 방안은) 정책시뮬레이션을 하는 건 좋은데 안을 먼저 내놓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안을 갖고 있는 게 현명한 방법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당분간은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조치의 국제적 확산이 불가피하다. 한미 양자 간 통상현안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국제 통상여건의 불확실성 확대 및 경기 위축에 따른 간접적 효과 여파가 더 중요하다” 며 “미국 보호무역조치로 인해 이미 과다한 수준인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산업 육성, 대외투자 강화 등 보호무역주의 한파를 견뎌낼 수 있는 경제구조 및 체질 개선 노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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