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 개막] 골드만·군 장성·초갑부 ‘3G’ 내각 출범

입력 2017-01-21 02:0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워싱턴 정가는 ‘아웃사이더 시대’를 맞게 됐다. 주류 정치계는 물론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들이 내각과 백악관 요직에 전진배치됐다. 이들의 정치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터라 미국의 정책과 국제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 정치권과 월가의 기득권을 깨겠다고 공약했던 트럼프가 기업인들과 금융인 출신, 초강경 인사들 대거 등용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트럼프 내각 인사를 두고 ‘3G 내각’이라고 표현했다. 경제팀에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외교·안보진용에는 군 장성(Generals) 출신 인사들이 많고, 내각 구성원 상당수가 초갑부(Gazillionaires)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내각에 가장 큰 특징은 골드만삭스 출신이 대거 포진해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골드만삭스 사장을 역임했던 게리 콘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골드만삭스에서 17년간 일했던 스티븐 므누신을 재무장관에 각각 내정했다.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내정된 스티븐 배넌도 골드만삭스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 12일에는 디나 파월 골드만삭스 재단 대표를 대통령 보좌관 겸 경제부문 선임자문 역으로 임명해 총 4명의 골드만 출신 인사가 트럼프 정권 요직에 진출하게 됐다.

군 출신 인물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내정됐으며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해병대 장성 출신으로 남부사령관을 지낸 존 켈리가 낙점됐다. 내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라이언 징크(몬태나주) 하원의원도 미국 해군 엘리트 특수부대 ‘네이비실(SEAL)’ 복무하며 이라크전에도 참전한 군인 출신이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과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도 군 출신이다.

‘초 갑부 내각’이라는 비판이 나올만큼 억만장자 내정자가 즐비한 것도 특징이다. 전임자였던 버락 오바마 정권과 조지 W. 부시 정권 모두 단 한 명의 억만장자 출신 인사가 발탁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는 미국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에서만 41년간 일한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내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1억5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앤드류 푸즈더는 햄버거 체인 칼스 주니어(Carl’s Jr.)와 하디스 브랜드를 보유한 CKE레스토랑 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그의 재산은 440만 달러로 알려졌다. 골드만 출신 재무장관 내정자 므누신의 재산은 46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의 재산은 51억 달러에 달한다. 디보스 가문은 암웨이 설립자 가문이다. 상무장관 내정자인 월가 유명투자자 출신 윌버 로스의 재산은 29억 달러다. 이와 관련해 미국 CBS뉴스는 트럼프 내각 내정자들의 재산 총합이 어림잡아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맏딸 이방카와 함께 백악관의 실세로 활약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쿠슈너를 백악관 선임 고문에 지명했으며 그에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라는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이반카는 별도의 직책은 없지만 남편과 함께 백악관에서 실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가족을 둘러싼 이해 상충 문제는 취임 이후에도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의 아내인 멜라니아와 막내아들 배런(10)의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영부인인 멜라니아는 막내아들 배런의 진학을 이유로 취임 이후 백악관으로 이주하지 않고 뉴욕 거주를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 된다. 영부인과 대통령이 따로 거주하게 되면 경호에 투입되는 예산이나 인력은 그만큼 늘어나고 경호 동선도 복잡해지게 된다. 뉴욕타임스(FT) 등 일부 언론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뉴욕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 거주지와 백악관을 통근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측근들에게 가능하면 자신이 익숙한 곳에서 업무를 보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미국 최대 관광 도시인 뉴욕 맨해튼은 트럼프타워로 몰려든 관광객과 경호 인력이 섞이면서 교통혼잡이 발생,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기업인’ 출신 트럼프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트럼프그룹의 경영에서 물러나고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이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임 기간에 해외사업을 새롭게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외부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리 변호사들은 트럼프가 보유지분을 청산하거나, 자기 소유 자산이 어떻게 운영·관리되는지 대통령이 알 수 없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