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SPP조선 비교하면 ‘골든타임’이 보인다"

입력 2016-05-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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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조선3사의 구조조정에 참고할 수 있는 사례는 STX조선해양이다. 각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이 충실히 이뤄져야 조선산업 재편이라는 큰 청사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 구조조정에 참여했던 채권금융기관과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STX조선해양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을 것을 조언했다.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된 첫 원인은 재무적 구조조정이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무적 구조조정이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건조능력 및 선종 축소 등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STX조선해양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건조능력과 선종 축소 시기가 늦었고, 그 실행 과정도 미흡했다”며 “조선3사도 다운사이징부터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워크아웃 등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 인력은 자동으로 감축되고 임금삭감도 기본”이라며 “조선소를 어렵게 한 주범인 저가 수주와 적자를 내는 사업구조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STX해양조선의 구조조정이 실기(失期)했다는 점은 SPP조선과의 비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록 SPP조선이 최근 매각에 실패함에 따라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과 적극적인 자산 매각을 우선적으로 실시해 업황만 부진하지 않다면 정상기업으로 올라섰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실제 SPP조선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지난해 1~3분기 74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자율협약 중소조선사 중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조선3사의 위기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저가 수주와 설계 능력 부족에 따른 비용 부담에서 촉발됐다. 따라서 각 조선사마다 해양프로젝트 사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사업을 유지한다면 규모를 얼마나 할지, 설계 부문에서의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확하게 진단한 뒤 가감없이 구조조정에 들어가야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료와 정치권의 목소리를 제어하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 STX조선해양은 정무적인 판단을 이유로 인력 감축, 구조조정 방식 적용 시기를 놓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3사 구조조정은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다”며 “회사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와 경영자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 각 기업이 필요한 구조조정 스텝을 적기에 밟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면 ‘재무구조개선약정-자율협약-워크아웃-법정관리’ 단계를 밟는다. 문제는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기업마다 유동성 위기 수준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하 연구위원은 “기업이 어려워지면 자율협약을 맺고 개선이 안 될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를 가는 식인데, 이는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이라며 “채권단의 지원이 필요하면 자율협약, 회생이 어려울 경우는 법정관리로 보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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