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JLPGA] 한국이 외면한 여자 골프 베스트 명장면

입력 2016-05-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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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하늘, 신지애, 이보미. 이들은 1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끝난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 최종 3라운드 챔피언 조에 편성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오상민 기자 golf5@)

신지애(28ㆍ스리본드)의 그림 같은 퍼트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선두를 달리던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은 9번홀(파4) 티샷 OB로 (더블보기를 범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이보미(28ㆍ혼마골프)는 12번홀(파3)과 13번홀(파4) 버디 퍼트를 컵에 떨구며 끈질긴 추격전을 이어갔다. 1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 최종 3라운드 챔피언 조 풍경이다.

매 홀 드라마틱한 명승부가 펼쳐진 3인의 우승 경쟁은 결국 신지애의 시즌 첫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88년생 동갑내기 3인방 김하늘, 신지애, 이보미의 챔피언 조 편성이라는 진풍경을 연출한 이 대회는 구름 갤러리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역사적 명장면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이날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한 세 선수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일본에서 펼쳐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하지만 응원에는 국경이 없었다. 혼마골프 캐주얼 로고 모자와 르꼬끄 골프웨어 차림의 이보미 응원단 사이로 진로와 스리본드 모자를 쓴 김하늘ㆍ신지애 응원단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일본인 갤러리다. 이들은 각자 응원하는 선수가 그린을 빠져나갈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힘을 불어넣었다.

이날 3인의 플레이는 한국 여자골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시한 명장면이었다. 이들 3인은 2000년대 중후반 KLPGA 투어를 이끈 주역이다. 신지애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상금왕을 석권했고, 이보미는 2010년, 김하늘은 2011년과 2012년 상금왕을 차지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이들 3명이 합작한 상금왕은 무려 6차례(2009년은 서희경)나 된다. KLPGA 투어의 흥행과 중흥을 누린 첫 번째 세대(일명 세리키즈)다.

이들 3인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일본 무대에 정착,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게 있다. 국내 골프팬들의 무관심이다. 사실 이 대회는 총상금 1억2000만엔(약 12억원)으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과 동일한 규모였다. 이보미는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 JLPGA 투어 사상 세 번째 3연패 이상 달성한 선수에 도전했다. 김하늘, 신지애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빅3’의 수준 높은 샷 대결이 예고됐다. 상반기 판도를 가늠할 중요한 대회이기도 했다.

대회의 중요도 때문일까. 김하늘의 팬클럽 ‘하늘사랑’ 5명의 회원들은 처음으로 일본 원정 응원에 나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4)까지 선수들 곁을 지켰다. 이들에게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어쩌면 영원히 볼 수 없을 지도 모를 명장면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그러나 국내 두 개나 되는 골프전문채널에선 이 대회를 볼 수 없었다. 대회의 중요도를 몰랐던 걸까. 아니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에 취해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예 JLPGA 투어에 관심이 없는 걸까. 미디어의 무관심은 골프팬들의 정보력 결핍과 편견을 낳았다. 올해 JLPGA 투어는 연중 총 38개 대회(35억2000만엔ㆍ약 360억원)가 예고된 세계 2대 투어지만 국내 골프팬들에겐 3류 투어일 뿐이다.

선수들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도 문제다. J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선수가 많다. 앞서 언급한 김하늘, 신지애, 이보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KLPGA 투어 흥행과 중흥을 이끈 대표 주자다. 이제 신인으로 데뷔한 어린 선수들의 미래이자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다. 지금의 투어 흥행과 중흥엔 이들이 있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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