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회사 임원, 일반 근로계약서 작성했어도 퇴직금 못받아"…원심 파기 환송

입력 2015-05-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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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임원이 일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임원 취임 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B주식회사 상무이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이모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이 씨는 2002년 3월 B사에 부장으로 입사했고, 2006년 4월 등기이사로 취임했다. 이씨는 등기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부장 재직 시절과 동일한 업무를 맡아 처리했고, 해마다 작성하던 연봉 근로계약서도 똑같이 작성했다. 근로계약서에는 이씨를 '근로자'로 기재했고, 취업 장소나 근로시간, 급여와 휴가 등 근무여건에 대한 조항도 있었다.

이씨는 2012년 4월 등기이사를 퇴임하면서 회사를 퇴사했고, 등기이사 재직기간의 퇴직금 3400여만원을 회사가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 씨는 "회사에서 등기이사로 재직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일반 근로자처럼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는 "이 씨가 등기이사로서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어서 퇴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씨가 연봉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임원이 되기 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근태현황도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기록된 점으로 미뤄볼 때 실질적으로 종속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씨는 B사의 상법상 이사로서 이사회 등을 통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에 참가해왔고, 이사회 결의에 기초한 이사로서의 보수를 받는 등 근로자인 일반 사원과 확연히 차별화된 처우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이 씨가 업무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로부터 지시를 받는 경우가 있었더라도, 이 씨가 담당한 전체 업무의 실질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는데도, 이 씨를 형식상 이사에 불과한 근로자라고 보고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은 상법상 이사의 업무 성격과 근로자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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