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대화방] 2주 전 눈썹 문신한 男기자 붙잡고 해봤다…'문신 합법화' 썰전
입력 2019-02-14 09:00
[이투데이 나경연 기자]

▲한영대 기자는 2주 전 강남 피부과에서 의료인에게 반영구 눈썹 문신 시술을 받았다. 아직 리터치 시술이 더 남았지만, 한 번의 시술로 송승헌 눈썹(?)을 갖게 됐다. 위는 시술 전, 아래는 시술 후 사진. (나경연 기자 contest@)

“아주 잘생긴 얼굴도 눈썹이 생기다 말았으면, 격이 낮은 것이다.”

만화가 허영만이 그의 작품 ‘꼴’에서 언급하는 눈썹의 중요성이다. 거울을 들고 자신의 눈썹을 비춰보자. ‘꼴’에 따르면 눈썹에 힘이 없을 경우 운이 떨어지고, 직장생활이 위험하다. 눈썹은 넓든 좁든 일직선이든 굽었든 간에 일관성 있게 한쪽으로 쫙 뻗어야 한다. 한쪽으로 누운 눈썹은 인생이 순탄하지만, 끊어진 눈썹은 끊어진 다리와 같다.

'반영구 눈썹문신'. 끊어진 운을 감쪽같이 이어주고, 낮은 격을 높여주는 21세기 미용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흔히 눈썹은 ‘얼굴의 지붕’이라 불리며, 사람의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본인의 사주팔자를 바꾸려는 원대한 목적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관상을 갖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반영구 눈썹문신을 선택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몸과 얼굴에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은 1300만 명에 달한다. 문신용 염료 산업 동향을 발표하는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 자료를 보면 국내 전신 문신 이용자는 300만 명, 눈썹이나 입술 문신 등 반영구문신 이용자는 1000만 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은 문신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매년 문신 시술을 받는 사람도 평균 100만 명에 이른다.

이런 뜨거운 인기와 더불어 문신 합법화에 관한 토론도 활발하다. 문신 시술자가 의료인 면허가 없는 경우, 문신 시술 행위는 불법임과 동시에 처벌 대상이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1항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인은 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다.

대법원 판례들도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반영구 눈썹문신을 포함해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을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했다. 하지만 국내 문신 시술소 대부분은 무면허로 운영되고 있다.

2주 전 반영구 눈썹문신 시술을 받은 산업부 한영대 기자와 뉴스랩부 나경연 기자가 문신 시술 합법화에 대해 생각을 나눠봤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가 불법이다. 국내에서 몸과 얼굴에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이 1300만 명에 이르는 만큼, 문신 시술을 제도 안으로 들여와 국가가 문신 시술 행위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과 일본만 ‘불법’이라고?

한영대 기자(이하 한): 현재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지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야.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허용하고 있는 거지. 다른 나라들은 모두 허가한 사항에 대해 우리나라만 제한을 둔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돼.

나경연 기자(이하 나): 안정성. 이것 때문이지. 시술을 받는 사람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어. 의료인이 시술하다가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본인의 의료 지식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 하지만 비의료인 시술 시 의학적인 조치는 힘들지 않을까?

한: 다른 나라에서, 전 세계 몇십 개국에서 비의료인의 시술을 합법으로 보고 있어. 이 자체가 이미 문신 시술에 대한 안정성이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다른 나라들은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들도 시술을 받다가 생기게 될 부작용 또한 고려했겠지. 우리나라보다 훨씬 예전부터 문신이 대중화된 서양 국가들을 봐봐. 문제가 있었다면 그들도 지금 비의료인 시술을 불법으로 지정했을 거야.

나: 한 기자 말처럼 서양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문신이 대중화됐어. 그 동안 문신 시술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정비되고, 시술 의약품에 대한 관리 감독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마련됐을 거야. 하지만 우리나라가 당장 비의료인 시술을 합법화하기에는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한: 그 부분은 나도 같은 생각이야. 제도 정비가 우선이겠지. 하지만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해. 일본과 우리나라만 문신이 불법인 것을 보면 공통점이 나와. 두 국가 모두 매우 보수적인 사회야. 일본에서는 문신이 야쿠자의 전유물이었어. 우리나라도 문신은 건달의 상징이었고 말이지. 문신을 하면 ‘양아치, 날라리’라는 인식이 아직 사회에 박혀 있어서 문신 합법화 관련 법안이 적극적으로 통과되지 못하는 것 같아.

나: 문화의 문제라는 점은 나도 일부분 동의해. 지난해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에 문신을 팔뚝 전체에 새긴 사람이 타니까 승객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더라고. 하지만 전적으로 문화만의 문제는 아니야. 문신 합법화에 대한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 문신 시술자 자격증에 대한 엄격한 기준 마련, 부작용 발생 시 피해자 구제 방안 마련 등 이런 것들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포털 사이트에 ‘문신 교육’, ‘문신 학원’ 등을 검색하면 불법임을 알면서도 배우고 싶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포털사이트 캡쳐)

◇‘타투라이센스’ 도입, 1조 시장 열릴 수도

한: 일단 가장 필요한 제도는 ‘자격’에 관련된 법이야. 2015년에는 김춘진 의원 등이 발의한 문신사법 관련 공청회가 개최되기도 했어.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 특히 대한 의사협회의 반발이 심했는데, 협회는 “문신사에게 독자적 영업권을 부여할 경우, 다른 의료 관련 종사자에게도 영업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어. 한마디로 자기네의 밥그릇을 뺏기기 싫다는 입장인 것 같아.

나: 물론 의사들 스스로 이권을 뺏기기 싫은 입장이겠지. 하지만 모든 직업군은 자신의 직업적 이익을 위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 그걸 무조건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거야. 또, 문신사법이 통과돼서 문신사 자격증, 즉 타투라이센스를 발급한다고 시술 과정이 안전할까 하는 우려도 있어. 타투라이센스를 발급한다고 해도 그 자격증을 위조한다면? 지금처럼 음성에서 불법적인 시술들이 난무할 것 같아.

한: 그렇게 생각하면 운전면허는? 운전면허를 위조해서 운전할 가능성이 있으니, 아예 모든 국민이 운전하면 안 된다는 주장 같은데? 자격증에 대한 우려나 문제점은 자격증을 만들고 나서 차차 보완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아.

나: 운전면허 비유를 드니까 확 와 닿았어. 자격증을 발급하게 된다면 국가가 공인해주는 타투 교육 기관과 문신사 자격증 발급 기관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도 타투 학원이 존재하지만, 교육비가 천차만별이고, 교육 강사 실력을 검증할 방법이 하나도 없어서 사기를 당하는 학생들도 많더라고.

한: 처음에는 국가 공인기관에서 시작해서 점차 사설 기관을 확충시키는 방법도 있겠지. 문신사법이 통과돼서 문신이 좀 더 대중화된다면, 문신 산업의 성장세 또한 엄청 날거야. 한국타투협회는 반영구문신 시장 규모를 연간 1조 원, 전신 문신 시장 규모를 연간 2000억 원이라고 계산했어.

나: 타투 시장이 그렇게 크다면 산업이 양성화될 경우, 관련 일자리 또한 많이 양성될 수 있겠네. 나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특유의 문신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동양화 느낌의 문신이라든지 한글을 새롭게 해석한 형태의 문신은 K-팝처럼 외국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않을까?

▲타투이스트들은 올해 초부터 SNS를 통해 'Does it look Illegal?(불법으로 보이십니까?)'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한 타투이스트가 게시한 챌린지 글은 1800개가 넘은 ‘좋아요’를 기록하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출처=인스타그램)

◇“Does it look Illegal?” 챌린지

한: 올해 초부터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 타투이스트들 위주로 “Does it look Illegal?(불법으로 보이십니까?)” 챌린지가 시작되고 있어. 자신이 직접 시술한 문신을 SNS에 게재하고, 타투 합법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나: 나도 SNS에서 이슈가 돼서 한 번 본 적이 있어. 눈길이 갔던 점은 그들이 시술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시술자도 보호받기 위해 문신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었어. 다시 말해, 시술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기준이 사전에 마련되어 있어야만, 시술자가 지켜야 할 기준을 지켰는지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지. 불필요한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준이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한: 당연히 문신 시술자도 국가가 보호해줘야 하는 국민이니까. 그들도 그들의 주장을 호소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은 필요해. 대부분 국가는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때 문신 시술이 가능한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고, 그 요건이 지켜졌는지 엄격히 감시하고 있어. 대신, 그 요건을 갖춘 시술자는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해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지.

나: 사실 나도 문신이라고 하면 무섭고, 불법적이라는 편견이 있었어. 하지만 요새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반영구 눈썹문신을 하잖아? 이런 걸 보면 문신 대중화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Does it look Illegal?”이란 말처럼 문신이 이제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이지, 불법처럼 보이지도 않아.

한: 나도 내가 눈썹문신을 해서가 아니라 진짜 이건 합법화해야 하는 거야. 나는 다행히 나 기자가 추천해준 강남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아서 부작용은 없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누구한테 받아야 할지 엄청 고민하겠지. 그걸 해결해주는 제도가 자격증일 테고.

나: 한 기자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지금 완전히 송승헌 눈썹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니깐.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고 기사에 쓸 비포 애프터 사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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